(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국제 유가의 하락 속도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대다수의 국내 전문가들은 바닥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5일(미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2.65달러(5%) 낮아진 50.04달러에 마쳤다. WTI 가격은 이날 한때 200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50달러가 무너졌다.

6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배럴당 40달러를 밑돌 가능성도 제기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전통 산유국의 물량 공세와 미국 간 양보 없는 치킨 게임 속에 유가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전일 WTI가 급락한 이유는 러시아 원유 생산과 이라크의 원유 수출 증가가 과잉 공급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매물 압박이 집중돼 수급이 과민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손 연구원은 "아심 지하드 이라크 석유부 대변인은 이라크가 이번 달부터 원유 수출량을 일일 330만배럴로 늘릴 예정으로 밝혔고, 지난 12월 수출량은 일일 294배럴을 기록해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그는 "새롭게 부상한 큰 악재가 없음에도 공급 과잉과 원유 시장의 치킨게임이 이어지면서 유가가 3~4% 빠지는 날이 종종 있다"며 "현재처럼 공급 과잉이 심화하는 분위기라면 유가의 바닥을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유가가 20~30달러까지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 "러시아나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늘고 있고, 노르웨이 북해지역의 원유 생산 시설이 설치돼서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됐다"며 "전일 이라크가 이달 원유 수출을 늘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가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천 연구원은 "치킨게임이 계속된다면 유가는 단기적으로 40달러를 밑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전일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대(對)미국, 대유럽 수출 원유의 판매가격(OSP)을 인하하면서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았다"며 "그리스 관련해 우려감이 커진 점도 원자재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공급 우위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유가나 내려올 만큼 하락했기 때문에 급락할 수 있는 폭 자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유가는 일시적으로 40달러를 열어놔야 된다"며 "현재의 펀더멘털을 봤을 때 저점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더 이어지면 원유 생산과 관련된 기업들이 디폴트가 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디폴트가 가시화되면 저유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때쯤 유가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그 시점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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