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카드가 자사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3.64%를 에버랜드 측이 매입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 계획이 미뤄진 탓에 에버랜드 지분의 외부 매각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매입이 수월해지자 자금 여력이 있는 에버랜드가 인수자로 부각된 것으로 분석된다.

◇'IPO 카드' 접으면서 외부 인수자 발길 '뚝' = 삼성그룹은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이재용 사장 등 그룹 수뇌부가 직접 나서 "최소 앞으로 수년 안에 에버랜드 상장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처럼 삼성이 에버랜드 상장을 미루는 이유는 이재용 사장(25.1%)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37%)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8.37%)이 에버랜드의 주요 주주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反)대기업 정서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오너 3세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될 경우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2008년 삼성특검 과정에서 에버랜드 지분을 이재용 사장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상속됐다는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삼성으로서는 지금 시점에 그런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카드는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따라 오는 26일까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을 5% 이하로 낮춰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작년 말부터 진행된 에버랜드 지분 매각작업에서 시장의 반응은 저조했다. 투자자들로서는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추후 IPO를 통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사라지자 에버랜드 지분 인수에 흥미를 잃게 된 것이다.

실제로 삼성카드는 작년 12월 KCC에 에버랜드 지분 17%를 매각했지만, 매각가격은 장부가(주당 214만원)보다 15%가량 할인된 수준(주당 182만원)에 그쳤다. 또, 남은 초과 보유지분 3.64%에 대해서도 매각을 추진했지만, 마감 시한(이번 달 26일)을 코앞에 앞둔 상황인데도 마땅한 외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에버랜드 잔여지분을 한꺼번에 가져갈 외부 인수자가 마땅치 않자 삼성그룹은 지분을 쪼개서 팔기보다는 다른 계열사에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지주사격인 에버랜드에 수많은 소액주주가 생기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지분을 소화하는 것이 그룹 입장에서는 관리하는 데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인수 가능,,자금여력도 'ok' = 이런 상황에서 이달 15일부터 상법이 개정되면서 비상장사도 비교적 자유롭게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배당을 거의 하지 자금 여력이 있는 에버랜드가 삼성카드 보유 지분의 이상적인 인수자로 거론됐고, 삼성카드 측은 이번 달 초 에버랜드 측에 자사주 매입을 요청했다.

작년 삼성카드가 KCC에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한 가격(주당 182만원)을 적용하면 에버랜드가 삼성카드가 보유한 잔여지분 3.65%(9만1천53주)을 인수하는 데 1천65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물론 개정되는 상법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삼성카드 외에 다른 주주도 자사주 매입을 요청할 경우 그 지분까지 인수해줘야 한다.

그러나 에버랜드의 주주 구성을 보면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69.04%에 달하고 나머지도 CJ(2.35%)나 한솔케미칼(0.53%), 한솔제지(0.3%), 신세계(0.1%) 등 주로 범 삼성가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현재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한국장학재단(4.25%) 외에는 추가로 지분 인수를 요구할 주주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을 전망이다.

결국 에버랜드가 장학재단 소유 지분까지 인수하더라도 총 5천억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

에버랜드가 법적으로 자사주 인수에 이용할 수 있는 자금인 '배당가능 이익'이 1조1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고려하면 에버랜드가 자사주를 인수하는 데 자금 면에서도 무리가 없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주사격인 에버랜드가 자사주를 인수하면 그룹의 지배구조를 더욱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고 인수 여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결국 에버랜드가 삼성카드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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