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기아자동차가 고급차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K9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K9이 성공적인 판매량을 보이지 못하면 수익성 제고는 물론 고급차 시장 회복이 당분간 요원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K9의 성공 여부는 한지붕 두가족인 현대차에도 관심사항이다.

기아차는 지난 9일 사전계약에 돌입하면서 경쟁상대로 BMW7 시리즈를 지목한 데 이어 최고급 수준의 K9 전용 전시관을 만드는 등 고급 수입차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가격을 낮춰 실속을 높인 수입차 업체들이 계속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돼 K9의 반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급차 시장 더 밀리면 안된다 = 작년 국내에서 팔린 5천만원 이상 고급차 10만9천대 중 수입차 판매량은 약 60%에 해당하는 6만대를 기록했다.

수입 고급차는 지난 2009년 3만2천대에서 2년 만에 두 배 이상 판매량을 높인 셈이다.

여기에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09년 4.9%에서 2010년 6.9%, 작년 8%까지 계속 확대되고 있어 국산 고급차는 40% 점유율을 지키기도 벅찬 상황이다.

프리미엄을 내세운 기아차와는 달리, 수입차 업체들은 오히려 해외보다 싼 가격에 대표 모델을 내놓으며 실속을 강조하고 있다.

K9의 잠정가격은 5천300만원~8천750만원으로 국내 베스트셀링카인 BMW의 520d와 528i(6천150만원∼7천190만원), 벤츠의 E300(6천880만원∼8천090만원), 아우디의 A6(5천900만원∼7천870만원)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수입차들이 대부분 풀옵션 장착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옵션을 추가했을 때의 K9 가격경쟁력은 더 떨어진다.

K9이 국산차 최초로 장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후측방 경보시스템,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 등을 추가한 스페셜 트림은 3.3L 모델의 가격이 6천400만원~6천500만원, 3.8L 모델이 6천850만원~8천750만원 수준이다.

K9의 가격이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사이라고 하지만, 제네시스의 내수 분기 평균판매단가(ASP)가 3천950만원, 에쿠스 ASP가 7천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에쿠스와 비슷하다.

기아차 측은 이에 대해 "K9의 사양을 견줄 차종은 BMW 최고급 모델인 BMW7시리즈 수준이기 때문에 수입차와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이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산차의 국내 고급차시장 점유율이 2010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더 내버려둘 수 없는 수준에 왔다"고 진단했다.

서 연구원은 "기아차는 K9 판매 확대로 갈수록 커지는 국내 고급차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랜드 가치 높아야 하는 기아차 = 고급차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야 전라인에 걸쳐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K9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작년 발표한 '2011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기아차는 순위권 내에 들지 못했다.

형제격인 현대차(61위)는 물론, 경쟁사인 토요타(11위)와 메르세데스-벤츠(12위), BMW(15위) 등보다도 브랜드 가치가 월등히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아차는 갈 길이 멀다.

안세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 브랜드는 물론, 차종 개별 인지도도 경쟁사보다 떨어진다"며 "토요타 캠리나 현대차 쏘나타보다 기아차의 K5 인지도는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안 연구원은 "경쟁사와 동급차량에 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제값 받기를 통한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경쟁사들이 글로벌 중ㆍ소형차 시장에서 극심한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는 것도 중ㆍ소형차 비중이 높은 기아차에는 부담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을 볼 때 기아차의 D세그먼트부터 F세그먼트까지(전장기준으로 4천300mm 이상) 비중은 3월 말 8.9%에 불과하다.

현대차(16.7%), 토요타(16.5%), 폭스바겐(19.1%)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는 수치로, 기아차가 중ㆍ소형차의 가격 인하 공세에 견딜 여력이 그만큼 작다는 의미다.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나선 기아차는 K9의 국내외 판매가 부진하면 당장 수익성 악화는 물론이고, '밸류포머니(value for moneyㆍ가격이 적당한 차)'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다는 평가를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로써는 최대한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서라도 K9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스스로 비교하며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실패했을 때는 대중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모두 놓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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