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출근경영 1년..`긴장과 소통" 병행>
<이건희 출근경영 1년..`긴장과 소통" 병행>
  • 장용욱 기자
  • 승인 2012.04.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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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지난 2003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아시아판 커버스토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은둔의 제왕'(The Hermit King)이라고 표현했다. 한남동에 있는 승지원에 칩거하면서 삼성이라는 거대 그룹을 경영한다는 점을 비유한 것이다.

그만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이 회장이 갑자기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정기적으로 출근한 지 오는 21일로 꼬박 1년이 됐다.

이 회장은 '출근경영'을 통해 그룹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임직원과의 소통도 강화하면서 삼성을 더 생동감 있게 변화시켰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악재를 통해 그룹 곳곳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나자 이 회장은 출근시간은 앞당기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이건희 회장 출근으로 높아진 긴장감 = 이 회장은 작년 4월21일 처음으로 서초사옥으로 출근한 자리에서 "애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근 첫날부터 그룹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후 이 회장은 매주 2차례씩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며 그룹 전반의 현안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특히 출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삼성테크윈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되자 이 회장은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 과거 10년간 삼성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강하게 질타하며 다른 계열사로도 경영진단을 확대했다.

그 결과 작년 삼성그룹에서는 전례 없이 임원에 대한 수시인사가 진행됐다.

실제로 지난 6월 삼성테크윈에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대거 물갈이된 것을 시작으로 미래전략실의 인사지원팀장(부사장)과 경영진단팀장(전무)도 모두 교체됐다. 또, 7월에는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이 경질됐고, 10월에도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삼성서울병원 사장이 물러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경영진단 과정을 직접 챙겼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룹 전반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오찬만 50여회..'소통경영' 강화 = 이 회장이 지난 1년 동안 서초사옥으로 출근한 총 횟수는 52회, 그때마다 이 회장은 대부분 사장단이나 임원, 사원들과 오찬 자리를 가지면서 자연스레 '소통경영'을 강화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출근 첫날 미래전략실 팀장들과의 오찬을 시작으로 이후 금융 계열사와 전자 부품·세트계열사, 중공업·건설 계열사 등 부문별 사장단과 수시로 점심을 함께하며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회장은 경영진뿐 아니라 생산직과 여성 등 다양한 직원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다.

작년 7월에는 경기 수원사업장을 찾아 생산직 사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 작년 8월에 이어 최근에는 여성 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여성인력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보였다. 특히, 서초사옥 1층에 마련된 어린이집을 직접 둘러본 자리에서 바로 시설 확장을 주문하는 등 근무환경을 원하는 여성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영활동에 직접 반영했다.

지난 10일에는 지역전문가 과정을 마친 임직원 7명과 식사를 하며 삼성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룹 관계자는 "일반 직원들이 회장님과 식사를 하며 스스럼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은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라며 "회장님의 정기 출근을 계기로 다양한 소통의 자리가 많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속된 악재'탓 이 회장 출근 당겨져 = 이처럼 이 회장이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긴장감을 불어넣었지만, 올해 들어 그룹 안팎에서 삼성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실제로 올 초부터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전자와 삼성탈레스까지 연이어 담합행위가 적발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지난 2월에는 삼성물산 관계자가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혐의로 고발됐고, 최근 경찰 수사결과 혐의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또, 지날 달에는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린 혐의로 14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특히 공정위의 정당한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삼성카드가 한 경제단체에 FTA 관련해 허위 공문을 보낸 것이 드러나면서 삼성의 이미지는 더욱 실추됐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이어지자, 이 회장은 격노하며 재발방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이 회장 본인도 지난달 20일부터는 출근시간을 1시간 이상 앞당기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으려고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출근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의 성과가 이어졌지만, 최근 악재를 통해 삼성 내부에 관행화된 문제가 남아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 때문에 이 회장도 최근 출근을 앞당기고 대내외 활동을 늘리면서 다시 그룹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려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yu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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