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기자 =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방향은 다른 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지난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 안정 컨퍼런스' 오찬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현 경제상황은 내가 움직이면 파트너도 움직인다"며 "과거 미국도 상대편을 압도할 수 있을 때 혼자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다른 나라의 상황을 살핀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며 "미국이 예전에 강했을 때 미국과 모든 나라가 같이 움직여 예상 가능했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따로 움직이며 이머징 국가들은 다각화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연장 선상에서 김 전 총재는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때도 다른 나라 상황을 같이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봐야 한다"며 "혼자만 살아가기엔 어려운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가 보완적 혹은 경쟁적 관계인지가 중요하다"며 "또, 투 컨트리 모델(Two country model)에서 멀티 컨트리 모델(Multi country model)로 시각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재는 통화스와프에 대해서 최대한 여러 국가와 맺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축통화는 급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도 굉장히 유효하지만,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로컬과도 스와프를 맺는 것이 좋다"며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나라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화폐 교환비용을 줄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대해 선진국에 가까운 이머징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여러 가지로 봤을 때 이머징 국가라고 하지만, (나는) 좋은 경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선진국에 가까운 이머징 국가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삼성과 현대 등을 보면 한국은 실물경제에 있어 선진국인데 다른 분야와 지표들을 보면 여전히 어머징 국가다"며 "미국에서 강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지 고민했고, 앞으로의 연구방향도 이런 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재는 과거 가계부채에 대해 언급했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1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부채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는 정부 부채보다 가계부채가 문제여서 그것을 봐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며 "(현재 가계부채 정책에 대해서는) 모든 정책은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다만, 대외환경에 의해 혹은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 채로 성과가 안 나올 수 있는데 후자는 막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늘어난다고 할 때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당국자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김 전 총재는 조만간 귀국해 정책 연구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말에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연구를) 풀타임(정규직)보다는 파트타임으로 할 것 같다"며 "여러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기관 등과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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