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나와서 보니 더 잘 생겼다"

지난 2일 저녁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아자동차의 'K9 신차발표회'에서 전시된 K9 차량을 보고 기아차의 한 고위임원이 뿌듯해하며 던진 말이다.

그는 곧이어 "첨단사양과 디자인을 갖췄는데도 자꾸 비싸다고 한다"며 씁쓸한 듯 입맛을 다셨다. 경쟁사 수준의 품질을 확보했음에도 언론보도 등을 통해 가격논쟁이 불거지는 게 억울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완성차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K9의 성능이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견줄 만큼 뛰어나지만,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막 시작한 기아차가 수입차와 대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K9이 수입차와 대결해도 해볼 만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K9의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K9 판매 가격은 3.3 모델이 △프레스티지 5천290만원 △노블레스 5천89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6천400만원이다. 또 3.8 모델은 6천340만~8천640만원이다.

이와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로는 국내 베스트셀링카인 BMW의 520d와 528i(6천150만원∼7천190만원), 벤츠의 E300(6천880만원∼8천90만원), 아우디의 A6(5천900만원∼7천870만원) 등이 있다.

가격 표상으로만 봐도 K9이 큰 가격 메리트없이 정면 도전한다는 얘기다.

기아차는 이들 차종보다 사양이 한 급 높은 BMW7 시리즈(1억2천200만원~2억7천220만원)를 K9의 경쟁차종으로 지목하고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BMW7시리즈를 경쟁 상대로 지목하고 가격 경쟁력 운운하는 논리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기아차는 서비스에 대해서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다.

예를들어 'K9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LPGA 기아 클래식 대회 관람과 프로 선수의 골프 레슨 등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차량 출고 후 1년 동안 직접 및 전화 방문을 하는 '1:1 섀도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 진출, 브랜드 이미지 및 수익성 제고를 위해 K9 흥행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기아차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아차의 또 다른 고위 임원은 "K9에 기아차의 모든 역량을 쏟은 만큼 소비자서비스에도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AS 부문에서는 수입차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현대ㆍ기아차가 뛰어나지 않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의 차종으로 단숨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BMW가 충성 고객층을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니다"라며 "수십 년에 걸쳐 최고의 기술을 가장 먼저 고객에게 제공함과 동시에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존경받는 자동차 기업의 이미지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아차도 이들과 차별화된 서비스와 마케팅에 총력을 다하겠지만, 문제는 시간"이라며 "소프트웨어(브랜드 가치)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 이상의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아차가 공을 들이긴 했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비슷한 값의 BMW 대신 K9을 선뜻 선택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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