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중요한 사안마다 재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높이곤 했으나 최근 주요 총수들이 회장단 회의에 자주 불참하는 등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전경련이 사회적인 쇄신 여론에 소극적으로 반응한 탓에 부담을 느낀 주요 대기업 회원사들이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경련이 내는 목소리의 무게감도 떨어졌다는 게 11일 재계 스스로 평가다.

◇쇄신에 둔감한 전경련..비난 여론 자극 = 작년 초 허창수 신임 전경련 회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총 21명의 회장단 중 17명이 대거 회의에 참석하며 전경련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전경련이 반(反) 대기업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회원사별 로비 대상을 배정한 문건을 작성하는 등 구시대적인 행태를 버리지 못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판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 8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허창수 회장을 불러 "전경련이 도대체 뭘 하는 단체인가"라며 "공생발전의 큰 틀에서 전경련의 새로운 역할과 모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도 같은 시기에 '공생발전을 위한 대기업 간담회'를 통해 "이제는 전경련이 앞으로 50년을 내다볼 때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국민의 신뢰와 애정을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작년 9월 회장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던 중 쇄신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쇄신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거세지는 사회적 요구에도 전경련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전경련이 쇄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지자, 일부 회원사들이 여론을 의식해 전경련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사회적인 쇄신 요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회장단 회의 참석자 수가 줄고 무게감도 떨어졌다"며 "결국 전경련 위상 하락은 어느 정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 회장단 회의 '그들만의 리그'..힘빠진 전경련 = 실제로 작년 10월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했던 전경련 50주년 행사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의 총수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올해 들어 열린 3차례 회장단 회의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3월에 열린 회의 같은 경우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을 맞아 열린 회의였음에도 주요 그룹 회장은 불참하고, 신동빈 롯데 회장과 조양호 한진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등 8명만이 참석했다.

또, 지난 10일 열린 회장단 회의는 사실상 올해 마지막 회장단 회의의 성격을 가진 자리였다.

휴가철을 고려하면 다음 회장단 회의는 9월은 돼야 열리지만, 이때쯤이면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접어들기 때문에 회장단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회장단이 단합된 의견을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음에도, 주요 그룹 총수 중 참석자는 신동빈 롯데 회장과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강덕수 STX 회장 정도였다.

회장단이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와 관련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무게감은 예전보다 떨어졌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재계는 그동안 줄을 세우는 식의 동반성장지수는 그동안 매우 반대해 이번 당국의 발표에 불만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주요 그룹이 같이 목소리를 내주지 않다 보니 재계의 유감 표시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단 일정에 따라 회의 참석자는 늘 변동이 있었다"며 "전경련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동반성장과 사회공헌 사업 등에도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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