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포스코가 최근 잇따르는 내외부 악재에 술렁이고 있다.

실적 악화에 재무불안까지 겹치면서 포스코로서는 다소 굴욕적인 소문까지 나도는데다. 현 정권 실세의 비리 의혹에 정준양 회장의 이름도 오르내리면서 포스코 내부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 회장이 부쩍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이런 내외부 악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자취 감춘 정준양 회장 = 정 회장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던 정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사실상 올해 마지막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그 다음 날에는 재계의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여수엑스포 개막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포스코 측은 당일 서울 본사에서 이사회가 열려 일정상 참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일 열린 이사회는 공식 안건이 교육재단 출자 관련 한 개뿐이라 오전 10시에 시작하고 나서 금방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엑스포 개막식은 그날 오후 7시에 열렸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참석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고, 그날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외 VIP가 많이 모이기 때문에 정 회장도 최대한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정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결국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의혹 등을 의식해 공개석상에서 노출되는 것을 꺼린 것이 아니냐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재무불안에 정권비리까지 연루..'내우외환' = 실제로 최근 정 회장과 포스코를 둘러싸고 각종 소문과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 회장으로서는 공식활동을 나서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9년 취임 후 M&A에만 5조원 가량을 사용한 탓에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54.5%(2009년 말)에서 92.4%(작년 말)까지 급증했다. 그러자 포스코는 올해 들어 부랴부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SKT와 KB금융지주 등의 지분 등을 대거 매각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우량한 내실을 자랑하던 포스코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와중에도 무리하게 M&A를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지금까지 마련한 자금(5천800억원)이 당초 밝혔던 목표(7조원)에 미치지 못하자, 최근에는 포스코가 삼성그룹에 상당량의 자사주를 매각한다거나 국민연금에 본사 건물을 매각한다는 등의 소문까지 돌았다. 포스코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루머인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권 실세인 박영준 전 차관의 비리의혹에 정 회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사업인 파이시티 시공사로 선정되고, 박 전 차관과 연관이 있는 제이앤테크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포스코와의 거래를 10배 가까이 늘린 과정에서 정 회장이 박 전 차관을 도왔다는 소문이 나온 것이다.

특히 박 전 차관이 정 회장 선임 당시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정 회장의 입장은 이래저래 난처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 내외부에서는 잇따르는 각종 악재에 경영활동이 지장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 사정도 안 좋은 상황에서 정치권과 연관된 민감한 문제까지 터져 불안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포스코는 역대 회장 대부분이 정권 교체와 함께 퇴임할 만큼 정치 외풍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특히 이번에는 정 회장을 둘러싼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대선이 끝날 때까지 '오너 리스크'가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현재 일부에선 제기되는 의혹은 단지 의혹 수준일 뿐"이라며 "정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경영진은 예정된 일정에 따라 정상적인 경영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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