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1일 서울채권시장은 유럽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제한적 수준에서 강세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주 환율 급등 과정에서 일었던 원화채 위상 논란은 안전자산 평가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통안채 등 일부 단기채를 매도하면서도 국고채에 대한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채선물시장에서도 미미한 규모나마 순매수 행진을 지속했다.

달러-원 환율 급등으로 제기됐던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는 대표적 위험자산시장인 주식시장으로 한정되고 있으며, 채권시장에서는 우려를 키울만한 움직임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외국인의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는 금리 차이를 노린 재정거래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자금 중 유럽과 미국계 투자은행(IB)의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때였다.

하지만, 갈수록 주요국의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전의 단기 투자 성향은 많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하면 일부 디레버리징이 불가피하겠지만, 대규모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작년 하반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 나타났던 일련의 과정에서도 원화채의 높아진 위상이 확인됐다. 작년 8월 초 1,05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달러-원 환율은 미 등급강등 이후 두달 여만에 1,200원선까지 폭등했다.

같은 기간 채권시장은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다.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는 3.9%에서 3.4%선까지 하락했다. 물론 미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유럽 위기가 심화하면서 짧은 기간 금리 상승세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하락 추세선은 유지됐다.

이런 경험들을 고려한다면 이번에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급격한 디레버리징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기준금리 기대감 약화로 금리 하단이 견고해진 상황이어서 외부충격의 반영 강도는 아래쪽보다는 위쪽이 더 커질 수 있는 시점이다. 투자심리 불안이 심화됨에 따라 호재는 잘 안먹히고, 악재는 세게 반영되는 국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환율과 스와프시장이 단기적인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추가로 급등하거나 본드-스와프 스프레드(금리스와프-국고채금리) 확대 기조가 연장된다면 심리 불안에 따른 매도쏠림 현상이 집중될 수 있어 장중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美 주가 하락 지속..금리는 보합 =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페이스북 상장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73.11포인트(0.59%) 하락한 12,369.3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6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지난 13거래일 가운데 12일 동안 약세를 나타냈다.

페이스북 상장 기대감이 소멸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시 유럽과 그리스로 인한 위기 확산 우려에 쏠렸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전날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CCC'로 강등한 데 이어 이날에는 그리스 은행 5곳의 신용등급을 'CCC'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에 유로존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리스 총리실은 이날 메르켈 총리가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내달 총선을 실시할 때 유로존 탈퇴에 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현 과도정부는 그러나 6월 17일로 예상되는 총선만 관리할 수 있을 뿐 국민투표에 관한 권한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국채가격은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분위기가 부각돼 뉴욕증시 하락과 그리스 우려 지속에도 불구하고 보합세를 보였다. 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전장과 거의 같은 연 1.710%를 기록했다.

(정책금융부 채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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