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삼성가의 첫 법정다툼이 30일 열린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부(부장판사 서창원)는 이날 오후 4시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동관 558호에서 첫 심리를 진행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누나인 이숙희 등은 상속과정의 정당성과 소송의 성립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공판은 이맹희씨와 이숙희씨,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며느리인 최선희씨 등의 소송을 한 사건으로 묶어 진행된다.

공개적으로 막말을 주고 받으며 볼썽 사나운 감정싸움까지 벌였던 양측은 막강한 변호인단을 통해 첨예하게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며 또 한번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간 팽팽한 주장은 크게 세가지 쟁점으로 나뉜다.

우선 상속재산의 분배에 대한 정당성 여부다.

이맹희씨 등 소송을 제기한 측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관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 측은 상속은 이미 25년 전, 선친이 사망하기 전에 정리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회장이 여론의 역풍을 감수하고 이맹희씨 측을 공개적으로 공격할 때 선대 회장의 뜻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상속재산은) 선대 회장 때 다 분재(分財)가 됐다"고 말한바 있다.

이맹희씨 등이 제기한 소송이 법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 지도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민법 999조 2항에는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이 회장 측은 이미 20여 년 전인 1987년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사망할 당시 상속문제가 모두 마무리됐고, 2008년 4월 삼성 비자금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때 이번소송의 대상이 된 차명주식의 존재를 이맹희씨 등도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상속권 침해인지 시점'이든 '침해행위 시점'이든 모두가 이미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맹희씨 등은 상속권의 침해행위는 2008년 말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실명 전환할 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작년 6월 삼성 측이 상속재산에 대한 확인서를 보내오면서 상속권 침해 사실도 알게 된 만큼 소송을 제기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만일 소송의 성립 요건을 갖췄다고 법원이 인정했을 때 소송의 대상이 삼성전자 주식 등으로 확대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이맹희씨 등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일단 이건희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지만, 추가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삼성전자 주식 등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상속재산 소송 규모는 3조원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변론서를 통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전자 주식은 한 주도 남아있지 않다"면서 "이맹희씨 등이 인도를 요구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이건희 회장이 상속재산을 처분하고 나서 따로 구입해 차명으로 보유하던 것이다"며 맞서고 있다.

상속재산이 아닌 만큼 다른 형제들에게 나눠줄 이유가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법조계의 관계자는 "양측 모두 승소를 자신하는 만큼 어느 쪽이 우세할 지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차명주식에 대한 명시적인 유언이 있기가 힘들기 때문에 상속 정당성에 대해서는 이건희 회장이 입증해야 할 것이 많고, 소송 성립요건에 대해서는 이맹희씨 등이 증명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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