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노현우 기자 = 중견건설사의 리스크 대응 능력이 신용평가업계의 관심사가 됐다. 중견건설사는 건설업황 악화에 대응할 만큼 사업부문이 다변화되지 않아 자금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찬용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5실장은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건설업 위험요인에 대해 "공종이 다변화되지 않은 중견기업들은 리스크를 헤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 주택, 토목 등 전반적으로 사업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대형사는 높은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변화된 공종과 다수의 프로젝트로 대응하겠지만 중견사는 상대적으로 대응능력이 취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찬용 실장은 공공부문과 관련 "과거 공공 공사는 수익성이 낮지만 안정적이었는데 최근엔 수익성이 더 낮아졌다"며 "매출원가율도 5% 정도 상승해 거의 이익이 안 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부문도 저유가에 따른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실장은 "해외프로젝트의 준공지연으로 손실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유가 영향으로 프로젝트의 선 투입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를 버티게 했던 주택부문도 내년 하반기부터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작년 3분기까지는 분양실적이 좋았으나, 대규모 주택공급 때문에 4분기 이후부터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건설기업들의 주택부문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기 지연으로 수익성이 저하돼 분양 호황이던 작년에도 처리못한 주택사업장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찬용 실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나이스신용평가의 전신인 한신정 평가에 입사했다. 건설유통평가실과 산업평가실을 거쳐 현재 기업평가5실 실장을 맡고 있다.

<서찬용 나이스신평 기업평가5실장>

다음은 서찬용 실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건설업의 위험요인은 무엇인지.

▲전반적인 사업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사업환경 측면에서 볼 때 해외, 주택, 토목 세 부분 모두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대형건설사들은 높은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변화된 공종과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악화된 사업여건에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변화 수준이 낮은 중견 기업들은 사업여건 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본다.

금융조달 환경에서 보더라도 대형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2013~2015년 해외부문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건설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점 또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올해 건설업에 대해 공공, 주택, 해외 부문으로 나눠 전망하자면.

▲공공 부문은 과거에 수익성이 낮지만 안정적인 자금흐름을 보였는데, 최근엔 수익성이 더 낮아졌다. 상위 10여 개 기업들의 2014년 공공토목 부문 매출원가율이 2008년 대비 5%p 상승했다. 공공부문에서 거의 이익이 안 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SOC 예산은 2019년까지 연평균 6.8% 감소하는 것으로 편성돼 공공부문의 발주규모가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의 재정 여력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총수요 진작을 위한 예산배정이 줄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익성도 낮아진 가운데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낙 수익성이 낮다 보니 최저가낙찰가에서 종합심사제로 변경되었지만, 현재까지는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변화 효과는 지켜봐야겠다.

▲해외 부문은 지난 2013년 대형건설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면서 2012년 이전 수주물량에 대해서 수익성 부담을 경감시켰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들의 준공이 지연되면서 원가투입이 확대됨에 따라 일부 건설사들은 작년에도 대규모 손실을 재차 인식하였다. 2013년 이후 수주물량은 12년 이전 수주물량 대비 낮아진 경쟁 환경에서 수주되고, 원가율이 낮게 진행되는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향후 진행 여부는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의 저유가로 중동 지역 발주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중동 지역 발주처들의 재무적인 여력이 저하되다 보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성인정을 더 타이트하게 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미청구공사가 확대되는 등 자금부담이 증가한 상황이다. 저유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해외 프로젝트의 사업여건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부문은 작년 3분기까지는 양호한 분양실적을 기록했다. 분양경기 호조로 인한 대규모 공급 증가로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크게 늘었으며,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당분간 부진한 분양경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둔화된 분양경기가 2017년 하반기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건설기업들의 실적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주택 관련 문제 사업장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 과거 분양경기가 호조일 때 확보하였던 프로젝트들이 분양경기 둔화로 사업착공이 장기 지연됨에 따라 금융비용을 비롯한 각종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프로젝트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이 중 분양경기가 호조를 보였던 작년에도 분양을 개시하지 못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최근의 주택경기 부진과 맞물려 당분간 건설기업들의 주택부문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입주사태가 벌어지면서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다고 보는지.

▲작년에 분양물량이 집중됐다고 하더라도 2010년 이후 부족했던 주택공급을 일부 해소한 측면이 있어서 과거 대비 입주리스크로 인한 부담이 완화될 여지가 있기는 하다. 낮은 분양률과 미입주에 따른 영향을 명확하게 분리하기는 제약이 있기는 하나, 과거 사례를 보면 미입주로 공사미수금과 대여금이 도급공사액에 육박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건설사의 자금흐름이 크게 악화된 바 있다.

작년 4분기 이후 공급된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분양경기 둔화에 따른 입주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2017년 하반기 이후 입주가 시작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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