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 류명현 선임 외국변호사>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운이 좋았죠, 시대 흐름이 딱 맞았습니다."

류명현 세종 선임 외국변호사(Senior Foreign Attorney)는 자신이 '크로스보더 M&A(국적이 다른 기업 간 인수합병)'를 전문으로 자문하는 변호사가 된 과정을 설명하며 이 말을 강조했다.

류 변호사가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Vanderbilt)대학 법과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목표는 확실치 않았다.

그는 "일단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로스쿨에 갔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며 "그런데 미국에 가보니 당시 한국과는 다르게 변호사가 M&A 자문을 많이 하고 있었고 보람도 있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류 변호사는 그렇게 M&A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M&A 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크지 않았지만, 때마침 터진 IMF 사태가 그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됐다. 당시 국내 기업이 해외 업체에 인수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국제 변호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류 변호사는 "M&A 자문이라는 것이 항상 새롭게 주어지는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인데 그런 업무가 생각보다 잘 맞았다"며 "때마침 M&A 전문 국제 변호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면서 개인적으로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을 통해 그는 수많은 크로스보더 M&A의 자문을 맡았다. 한화케미칼과 솔라원, 롯데쇼핑과 중국 유통업체 타임즈(Times), KP케미칼과 파키스탄 PPTA의 M&A를 자문했고, 오리온의 온미디어 매각과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각 등도 관여했다.

류 변호사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국내 업체가 외국 기업에 팔리는 처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업체가 인수 추세가 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 여파도 국내 업체에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류 변호사는 "작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지만, 외국 업체를 인수하겠다고 의뢰하는 국내 기업의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IMF 때 외국 기업들이 싼값에 국내 업체를 사갔듯이 이번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기업을 싸게 살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국내 기업이 세계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데다, 국내 사업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으로 진출하는 기업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만큼 크로스보더 M&A에 전문성을 지닌 법률 자문도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IMF 시절부터 수많은 M&A를 자문하게 된 덕분에 이제 국내 로펌의 실력도 해외 로펌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게 류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는 "아직도 현지 법을 더 잘 알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크로스보다 딜을 할 때 외국 로펌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세종만 해도 크로스보더 M&A를 전문으로 자문하는 변호사가 40여 명에 달할 만큼 법률 전문성에서 국내 로펌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문화가 다른 해외 로펌보다 국내 로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문 역할까지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이고 그는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법률자문이라는 것이 결국 법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라며 "따라서 외국법에 능통하면서도 한국 정서를 아는 국내 변호사들이 국내 더욱 기업 입장에서 조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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