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일본 주택시장을 강타했던 인구고령화 충격이 국내 주택시장에 그늘을 드리고 있습니다. 수급조절이 필요한 시점에서 주택공급을 크게 늘려 빈집만 800만호를 보유하게 된 일본의 실패를 국내에서도 답습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까닭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국내 주택시장이 인구고령화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3회에 걸쳐 문제점과 대책을 살펴봤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내 주택시장이 인구고령화에 대비하지 못해 빈집만 800만호를 보유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0년 전 일본이 그랬듯 인구감소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주택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등 수급 불균형으로 가는 양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본의 빈집 급증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분양된 국내 아파트 물량은 100만호에 육박했다. 지난 2015년 52만5천호가 공급된 데 이어 작년에도 46만9천호가 분양됐다.

지난 2년간 분양된 물량은 전국 전체 재고아파트의 10% 수준에 달할 뿐만 아니라 주택산업연구원이 제시한 연간 적정 주택공급량 33만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약 20년 전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 110만~120만호 수준에 머물던 주택착공물량은 1980년대 중반부터 늘기 시작해 1990년에는 170만호까지 치솟았다.







<1990년대 일본 주택공급 물량, 출처:일본 국토교통성, KDI>



문제는 공급 급증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수요가 꺾이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여겨지지는 생산가능연령인구는 일본에서 1990년대부터 감소했다. 비생산가능연령인구 대비 생산가능연령인구를 나타내는 역부양비율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내 인구구조도 20년 정도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

작년 3천704만에 달하던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천702만명, 내년 3천693만명, 오는 2019년 3천679만명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 역부양비율은 지난 2010년~2015년 기간에 정점을 찍고 빠른 속도로 떨어질 것으로 진단됐다.







<한국·중국·일본의 역부양비율 추이, 출처:KDI, UN>



인구구조 외에 거시경제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 해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조만·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최근 공개한 '인구 고령화와 주택시장' 보고서에서 "일본은 주택시장 및 거시경제의 침체 시기에 주택공급을 과도하게 늘린 결과, 빈집이 800만호를 상회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주택의 허가 및 분양물량이 과도한 수준인지를 적절하게 모니터링하고,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인구 고령화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종합적인 주택정책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같은 보고서에서 "향후 20년을 전후해 주택시장의 정체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저성장기에는 공급충격이 주택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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