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국내증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상·하원 합동연설 내용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평가했다.뉴욕 증시 등 글로벌 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트럼프 정책 방향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불확실성 요인이 많아 주식시장 랠리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SK증권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계획안은 담겨있지 않았고 새로운 내용도 없었다. 트럼프가 항공사 CEO들과 가진 미팅에서 2~3주 안에 내놓겠다고 약속했던 '경이로운' 세제개혁안 역시 확인할 수 없었다.

법인세 감면과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 방안 등 트럼프 경제정책의 골격은 유지했지만,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이 증권사는 판단했다.

하지만 기존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톤이 낮아졌고 그동안 교역상대국에 대한 맹비난이 이번에는 없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연설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던 시장은 적어도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03.31포인트(1.46%) 상승한 21,115.5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2.32포인트(1.37%) 높은 2,395.9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8.59포인트(1.35%) 오른 5,904.03에 장을 마감했다.

3대 주요 지수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일간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장중 최고치도 일제히 갈아치웠다. 다우지수는 20,000선의 고지를 넘어선 이후 24거래일 만에 21,000선을 돌파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CNN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트럼프의 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만큼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기대와 불확실성의 공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증권은 트럼프의 연설이 기존의 급진적이고 독불장군식 이미지와 달리 화합을 중하게 여기고 민주당과의 예산안 협상을 앞두고 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 시장의 낙관적인 평가를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에서 기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한 제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경제적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고 금융시장의 호의적인 반응 역시 단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갈수록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연준 위원들은 이날 연설에서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등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연방기금 선물금리 자료에 따르면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연준 위원들의 발언 이후 80%까지 상승했다.

김예은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아웃(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통화정책에 대한 발언을 제한하는 기간) 시작 전인 3일까지 옐런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들 발언에 집중될 전망"이라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일시적인 조정이 나타나는 등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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