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아직 구체적인 유동성 지원안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자율협약이나 조건부 워크아웃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어떤 방식이 됐던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만큼 추가적인 혈세 투입은 없을 것이라던 이동걸 산은 회장의 발언이 공수표로 전락할 처지가 됐다.

지난해 흑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조금만 지나면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던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16일 대우조선해양이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연결기준으로 1조6천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년째 계속되는 영업손실로 그간 적자규모만 6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조7천106억원으로 지난 2015년 기록했던 3조1천949억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4년간 당기순손실은 7조3천457억원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회계법인의 보수적인 잣대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초 흑자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성적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에도 "2분기 당기순손실은 회계법인의 보수적 감사와 이연법인세 자산 미인정으로 일시적으로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자구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직접 "올해 상반기에는 1분기 적자를 메우고도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에서 지원을 약속받은 4조2천억원 한도에서 회사를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들고, 회사가 두 쪽이 나도 정부에 그 이상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조선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터무니없는 전망이나 수요예측으로 공수표만 남발하게 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동걸 산은 회장도 한 달여 만에 기자들 앞에서 뱉었던 발언을 뒤집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달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을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인지 관계 당국과 고심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든 국민의 혈세가 더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이미 수조원의 유동성을 투입한 상황에서 경영정상화는커녕 이번이 마지막 지원이라는 공수표만 되풀이될 경우,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단 자율협약이 가장 부담이 덜한 지원방안이나, 사채권자에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상황 유예를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며 "대우조선해양은 자율협약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정식 워크아웃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그는 "자율협약시에도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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