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을 KCC에 싼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상장 등 구체적인 자금회수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삼성은 이미 상장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 에버랜드의 IPO(기업공개)를 왜 약속하지 않았을까.

금융권에서는 에버랜드가 상장될 경우 에버랜드 지분의 '편법상속'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상장 문제는 사업적 관점에서만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에버랜드 지분 매각가, 'IPO' 약속했다면 더 높았을 것 = 삼성카드는 지난 12일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 17%를 총 7천739억원에 KCC에 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4월까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을 5% 미만으로 축소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매각 내용이 전해지자 지나치게 싼값에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는 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는 점과 앞으로 상장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매각가가 장부가(주당 214만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매각가는 장부가보다 15%나 할인된 182만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에 대한 투자심리도 부정적인 변하면서 삼성카드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 측이 에버랜드의 상장 약속만 했어도 더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실제로 에버랜드는 수익성이나 성장성, 지분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그룹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 상장도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사의 한 IPO 담당 임원은 "에버랜드는 레저사업뿐 아니라 부동산 사업 등으로 수익성도 좋고 그룹의 지주사 격이라 안정성도 뛰어나 상장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삼성카드 보유 지분을 매각해도 여전히 오너 일가 등 그룹의 지분율이 67.68%에 달해 지배구조가 훼손되지 않게 상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에버랜드는 자체 수익성도 좋은 편이지만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는 점이 큰 장점이기 때문에 상장될 경우 크게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삼성 측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상장을 통해 투자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단 약속만 했다면 에버랜드 지분을 더 비싼 값에 매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삼성, '헐값상속' 의혹 '재발' 우려한 듯 = 상황이 이런데도 삼성이 상장을 약속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여론'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삼성카드 보유 지분 매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25.1%)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각각 8.37%씩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따라서 에버랜드가 상장할 경우 이들은 모두 막대한 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삼성의 오너 3세들이 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사장은 지난 1995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1억원을 증여받아 삼성 계열사 주식에 투자해 550억원으로 늘린 후, 1996년에 에버랜드 주식을 CB (전환사채, 주식으로 전환하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형태로 주당 7천700원(전환가격)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 대해 지난 2000년 일부 법학 교수들과 참여연대는 이건희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오너 3세가 인수한 에버랜드 지분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데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이 에버랜드 지분 인수를 포기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지난 2009년 5월,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2월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대법원과는 다소 다른 판결을 내렸다.

비록 당시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는 구체적 내용에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이건희 회장이 조세를 회피하면서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에버랜드의 지분인수 과정에 관여했다는 점과 주식발행 가격이 낮았다는 점 등은 인정했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사장 등이 에버랜드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 대한 위법성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따라서 에버랜드의 상장이 가시화돼 오너 3세가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되면 이런 논란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지난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오너 일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편법 상속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 에버랜드 상장 카드를 꺼내는 것은 최대한 미루는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에버랜드 지분 취득 과정에 대한 적법성 여부는 이미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온 사안이기 때문에 에버랜드 상장과는 관련이 없다"며 "IPO 여부는 여러 재무적, 사업적 이슈 등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