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중국이 한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업체가 울상을 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업체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59만1천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한 수준이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 최대 명절(1월27일~2월2일)이 있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연중 1~2월에 가장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향후 5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오는 4~6월에 그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 관광 당국인 국가여유국이 지난 2일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당국이 판매 금지를 요구한 품목엔 단체 여행상품과 자유여행 상품, 한국을 경유하는 크루즈 여행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국내 화장품업체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면세점에서 외국인 매출액의 85%가 중국인으로 추정되고 작년 면세점 이용객의 51.1%가 화장품을 구매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면세점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50%, 3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 화장품업체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배동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열린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배 대표는 "면세점에서 중국 고객이 줄고 있다"며 "3월 15일 이후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국 관광을 통제하는데, 그 상황을 지켜보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국 여행객 급감으로 화장품업체의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라며 "중국에서 국내 화장품의 수입을 제한하면 실적 감소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사업비중이 LG생활건강보다 더욱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아모레퍼시픽의 총매출액에서 화장품 사업의 매출 비중은 90%, 화장품 사업의 이익 기여도는 94%다. 반면, 지난 2015년 LG생활건강의 총매출액에서 화장품 사업의 매출 비중은 46%, 화장품 사업의 이익 기여도 57%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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