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식품업체 오뚜기가 오너 회사이자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뚜기라면이 라면을 제조하면 오뚜기는 그 라면을 사와서 판매만 하는데, 오뚜기라면의 내부 거래 비중은 100%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가 오뚜기의 주주 이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뚜기가 라면을 제조하지 않고 판매만 하는 방식으로 오뚜기라면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오뚜기의 이익은 감소하는 반면, 오뚜기라면은 그 과실을 따먹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영준 회장이 오뚜기라면을 활용해 개인 상속세를 마련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함영준 회장은 고(故) 함태호 오뚜기 창업주(명예회장)에게서 오뚜기 지분 등을 상속받았다.

◇ 오뚜기라면, 내부거래 비중 99.64%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뚜기라면의 매출액 5천913억원 중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은 5천892억원이다. 오뚜기라면 전체 매출의 99.64%가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오뚜기라면과 내부 거래한 곳은 오뚜기,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상미식품, 풍림푸드, 풍림P&P, 오뚜기SF, 조흥, 오뚜기냉동식품 등이다. 이 중에서 오뚜기와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이 5천874억원으로 가장 많다.

오뚜기라면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13년 4천579억원, 2014년 4천692억원, 2015년 5천50억원, 지난해 5천892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비상장회사인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라면 주식 36만1천446주(지분율 35.63%)를 들고 있다. 2대 주주인 오뚜기의 지분율은 24.20%(24만5천514주)다.

이 때문에 오뚜기가 오너 회사인 오뚜기라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뚜기가 라면을 제조하고 판매하면 되는데, 오뚜기가 오너 회사에서 라면을 사와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비율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고 있다.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다. 오뚜기는 대기업집단이 아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 팀장은 "오뚜기 같은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오뚜기의 일감 몰아주기는 오뚜기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뚜기가 라면을 제조하고 판매했으면 오뚜기의 이익 증가 폭이 더 클 것"이라며 "하지만 오뚜기가 라면을 제조하지 않고 오뚜기라면에 그 일감을 몰아줘 오뚜기의 이익 증가 폭이 낮아졌다. 이는 오뚜기 주주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 오뚜기라면, 함영준 회장 상속세 마련 창구로 활용될 듯

특히 함영준 회장이 오뚜기라면을 활용해 개인 상속세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은 함영준 회장에게 오뚜기 주식 46만5천543주를 상속했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의 오뚜기 주식 수는 52만8천986주에서 99만4천529주(지분율 28.91%)로 증가했고, 함 회장은 오뚜기의 최대주주가 됐다.

같은 날 고 함태호 명예회장은 함영준 회장에게 조흥 주식 1만8천80주도 넘겼다. 그 결과 함영준 회장의 조흥 지분율은 6.98%(4만1천880주)가 됐다.

오뚜기와 조흥 지분 등을 상속 받은 함영준 회장은 상속세 1천500억원 가량을 내야 한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증여하면 상속세 50%가 부과된다. 함 회장은 상속세를 5년간 분납할 예정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오뚜기라면의 매출이 내부거래로 증가하고 있다"며 "오뚜기라면이 성장하면 함영준 회장의 자산가치가 커지게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라면에서 배당금도 두둑하게 받고 있다"며 "오뚜기라면이 함 회장의 상속세를 마련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뚜기라면의 주당 배당금은 2013년 1천750원, 2014년 3천750원, 2015년 5천원, 지난해 5천원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배당률은 2013년 35%, 2014년 75%, 2015년 100%, 지난해 100%다. 총 배당금은 2013년 17억7천518만원, 2014년 38억395만원, 2015년 50억7천193만원, 지난해 50억7천19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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