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오는 202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J그룹이 물류와 바이오, 문화콘텐츠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해당 사업을 맡고 있는 주력계열사들의 재무여건도 좋지만은 않다.

◇ CJ그룹 "4년 동안 36조 투자할 것"…"재무 부담 견디지 못할 것"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콘퍼런스(ONLYONE Conference)'에 참석해 "올해 5조원 투자를 포함해 2020년까지 물류와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에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검찰 수사와 구속 등으로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또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 베스트(World Best) CJ'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CJ그룹의 투자계획을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류와 바이오, 문화콘텐츠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주력계열사들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1실장은 "CJ그룹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36조원를 투자하면 주력계열사들이 재무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CJ CGV 등 주력 계열사가 이미 대규모 투자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투자계획을 실행하려면 대규모 자금조달과 차입금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실제 CJ그룹에서 문화콘텐츠를 담당하는 CJ CGV는 영업현금 창출규모를 웃도는 투자로 차입금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CJ CGV의 총 차입금은 지난 2012년 3천430억원, 2013년 3천913억원, 2014년 4천672억원, 2015년 5천791억원, 지난해 1조373억원으로 증가했다. 총 차입금이 4년 사이 3배 증가했다.

CJ CGV가 2006년 중국, 2011년 베트남, 2014년 인도네시아, 지난해 터키 등에 진출하며 신흥국에서 사업을 확대한 결과다. CJ CGV 해외 극장 수는 2010년 6개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197개로 증가해 국내 극장 수(129개)를 넘어섰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CJ CGV의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며 "지난해 터키 1위 극장인 마스(MARS) 인수 시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한 자금 일부가 부채 성격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 재무안정성 지표는 더 나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CJ CGV의 향후 투자계획을 감안하면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현금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과도한 투자성향을 완화하거나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재무안정성을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나이스신용평가는 작년 12월 CJ CGV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단기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도 이미 많은 투자로 재무 부담 커져"

바이오 사업을 맡고 있는 CJ제일제당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CJ제일제당이 식음료산업의 성장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하면서 재무안정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사업에 투자한 규모는 약 5조9천억원이다. 투자 규모는 해외법인 지분투자액과 시설투자를 합한 금액이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이 2011년 말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은 대한통운 지분 인수에 약 9천554억원을 투자했고 대한통운 차입금 약 8천400억원이 CJ제일제당 연결기준으로 편입됐다.

그 결과 연결기준 CJ제일제당의 총 차입금은 2010년 말 1조9천489억원에서 2013년 말 5조7천720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 말 총 차입금은 7조1천463억원이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재무항목은 2011~2012년 A급으로 평가됐으나 2013년 이후로는 BBB급으로 하락했다"며 "대규모 해외투자와 대한통운 인수 부담으로 재무안정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의 재무안정성도 해외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는 과정에서 약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CJ대한통운의 신용등급 평가 시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모델등급을 산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전에는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모델등급을 산출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CJ대한통운이 해외 현지 업체 M&A를 통한 사업 확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의 중단기 신인도는 차입금을 통제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자회사의 높은 재무부담과 실적변동성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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