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의 중국사업 적자가 약 3천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30배 이상 늘었다.

롯데그룹이 올해 2월 주한 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뒤 중국에서 롯데마트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중국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중국사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롯데쇼핑의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롯데쇼핑, 中 사업 적자 급증…사드 후폭풍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홀딩스 홍콩은 올 상반기 순손실 3천67억2천48만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4배 증가했다.

지난해 롯데쇼핑홀딩스 홍콩의 순손실이 2천689억2천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적자 규모가 지난해 적자 규모를 넘어선 셈이다.

롯데쇼핑홀딩스 홍콩의 적자 규모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상반기 9억4천만원, 2015년 상반기 90억2천만원, 올해 상반기 3천67억2천만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적자로 롯데쇼핑홀딩스 홍콩의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쇼핑홀딩스 홍콩의 부채는 7천503억1천만원으로 자본(3천433억1천622만원)보다 2.2배 많다.

롯데쇼핑홀딩스 홍콩은 중국 내 40여개 유통업체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롯데쇼핑 중국사업의 영업이익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롯데쇼핑홀딩스 홍콩 실적을 통해 롯데쇼핑 중국사업 이익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롯데쇼핑 중국사업의 적자 규모가 급증한 것은 사드 여파로 중국사업이 차질을 빚은 결과로 분석된다.

롯데가 지난 2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를 사드 배치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승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롯데마트 단둥점이 영업정지됐다. 일부 소방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서 롯데마트 단둥점을 시작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롯데마트 74개가 영업정지됐고 13개가 임시휴업 중이다. 롯데마트 112개(롯데 슈퍼 13개 포함) 중에서 87개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 중국사업 부진 지속될 가능성…롯데쇼핑 신용도 악영향

문제는 향후 롯데쇼핑의 중국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한·미가 가까워지고 한·중은 멀어지는 모습이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사드 이슈는 정치적 사안이라 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사드 이슈가 해소돼도 중국사업 실적이 유의미하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대형마트업계의 성장성이 저하됐고 시장 내 롯데쇼핑 사업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이 중국사업을 위해 투입한 긴급자금도 이달 안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3월 24일 이사회를 열어 롯데쇼핑홀딩스 홍콩 법인에 약 2천3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쇼핑은 또 롯데마트 상하이(上海) 화둥(華東)법인인 강소낙천마특상업유한공사에 약 1천580억원의 담보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현지 법인이 은행에서 약 1천300억원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총 3천6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긴급자금이 이달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달엔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사업 부진과 재무부담은 롯데쇼핑의 신용도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배인해 연구원은 "사드 이슈로 롯데쇼핑의 중국사업 정상화 시기가 상당히 늦춰졌다"며 "롯데쇼핑 중국사업의 부진과 재무부담은 롯데쇼핑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말 롯데쇼핑 신용등급 변동요인의 재무지표를 중국사업 실적을 가산한 지표로 변경했다.

기존의 신용등급 하향 요인은 별도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매출액 8% 이하, 순차입금 대비 EBITDA 2.5 배 이상이다. 앞으로는 신용등급 하향 요인이 중국사업 실적을 더해 순차입금 대비 EBITDA가 3.5배 초과로 변경된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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