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미국과 북한의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여의도 증권가의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북한 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영향을 줬던 과거의 학습 효과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북을 넘어선 미-북 간 대립 구도라는 점에서 예측의 영역을 벗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26.34포인트(1.10%) 내린 2,368.39에 마감했다.

지난 7월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으로 부각됐던 북한 발 지정학적 우려가 약 한 달 만에 다시 불거진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북한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태평양 군사기지기 있는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맞대응했다.

미국과 북한 측의 과격한 표현들이 전파를 타면서 국내증시를 비롯한 일본과 홍콩, 대만 증시가 1% 가까이 급락했다. 달러-원 환율도 10원 넘게 급등하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북한군 전략군은 이날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4발로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타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가의 투자 심리도 급랭하고 있다.

지정학적 우려에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증시 전문가들 의견이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일단 소나기를 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과 북한 모두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작지만, 북한 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이 선뜻 대화의 장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미국과의 갈등 구도가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는 21일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까지 국내 금융시장은 북한 리스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충격에 그쳤던 과거의 학습 효과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발 리스크 관련 2010년 5월 천안함 피격 당시 코스피가 70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이 지금까지의 최대 하락 폭이다. 그간 북한 관련 이벤트에선 주가보다 환율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났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북한 관련 리스크는 전망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이지만, 이전보다는 금융시장 영향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남-북 문제로 제한됐던 성격에서 북-미로 주체가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매 방향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지정학적 우려에 따라 원화 약세가 불거질 수 있고 외국인의 차익실현 압력도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천56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수선물시장에서도 5천100계약, 약 4천억원 규모로 매도 우위를 보였다.

대신증권은 "북한 리스크가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최근 코스피 약세 분위기에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다"며 "기존 코스피 상승을 지지해왔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낮아진 달러-원 환율 수준으로 인해 외국인의 차익실현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연초 이후 처음으로 강력한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데, CDS 프리미엄 흐름에 큰 변화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지정학적 우려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업실적 둔화가 주요 원인인데 수출 주도의 이익 성장 흐름이 종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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