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면세점업체들이 '사업철수' 카드를 연발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제주공항에서 면세점 영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인천공항에서 면세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업체들이 고액의 임차료 부담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황금알'로 꼽히던 면세점사업이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분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 면세점업체, 사업철수 잇따라…'사드 직격탄'에 실적악화 영향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이 임차료를 인하해 주지 않으면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지난 7월 제주공항에서 면세점 영업을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당초 영업 종료일은 지난달 31일이었다. 다만, 면세점의 차기 운영자 선정이 지연되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올해 연말까지 면세점 영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처럼 면세점업체들이 '사업철수'를 잇달아 언급하는 것은 사드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적이 그만큼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하는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중순부터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한 이후 면세점의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1월 56만5천243명과 2월 59만790명에서 3월 36만782명, 4월 22만7천811명으로 급감했다. 지난 7월에도 28만1천263명 수준에 그쳤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호텔롯데의 면세점사업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천326억원)보다 96.8% 감소했다. 현재 호텔롯데는 면세 외에 호텔, 리조트사업 등을 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점사업 영업손실은 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174억원 적자에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호텔신라의 면세점사업 영업이익은 249억원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431억원과 비교해 절반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 임차료 부담, 매출의 절반 수준까지…"향후 경쟁구조 재편될 가능성 높아"

실적이 악화되면서 면세점업체들의 임차료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등 주요 면세점 업체의 국내 공항면세점과 해외면세점 매출액 대비 임차료 비중은 오르고 있다.

호텔롯데의 국내 공항면세점과 해외면세점 매출액은 지난 2014년 4천100억원, 2015년 4천383억원, 지난해 5천883억원, 올 1분기 1천5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임차료 비중은 2014년 35%, 2015년 37%, 지난해 45%, 올 1분기 48%까지 올랐다.

호텔신라의 국내 공항면세점과 해외면세점 매출액은 2014년 3천874억원, 2015년 5천625억원, 지난해 6천242억원, 올 1분기 1천569억원이다. 이 같은 매출액 대비 임차료 비중은 2014년 37%, 2015년 44%, 지난해 53%, 올 1분기 49%를 기록했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모두 매출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임차료를 내는 셈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매출이 떨어지면 임차료 부담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하락한다"며 "인천공항이 임차료를 인하해 주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업체들은 자신의 영업장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반면, 국내 공항과 해외면세점은 시설을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공항과 해외면세점을 운영할 때 임차료 부담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사업전망도 불투명해 사업철수 등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사드 이슈가 해결돼 중국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해도 면세점업체들이 이전처럼 이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며 "경쟁이 심화됐고 임차료 등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사업자는 이탈할 것"이라며 "기존 상위업체인 호텔롯데, 호텔신라와 더불어 유통부문 경쟁력이 우수한 신세계가 빅3를 형성하면서 경쟁구조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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