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앞으로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상품을 주문할 때 계약서에 수량을 기재해야 한다. 그동안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상품을 주문하면서 계약서에 수량을 적지 않은 탓에 유통·납품업체 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11월 7일까지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규제·법제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1월까지 시행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는 납품업체에 상품을 납품하게 하는 경우 계약서(주문서)에 그 수량을 기재해야 한다.

그동안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상품을 주문하면서 계약서에 수량을 적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짧은 기간에 주문과 판매가 이뤄지는 TV홈쇼핑 분야에선 주문수량을 적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이는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상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사항 중에서 수량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유통업체가 과잉 주문하면 납품업체가 재고위험을 부담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대형유통업체의 부당반품 등으로 납품업체가 손해를 입어도 주문·납품수량과 관련한 증거가 남지 않아 시정조치와 피해구제가 곤란했다.

또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고시에 규정된 과징금 부과·산정 기준을 시행령으로 격상한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기준 등이 법령이 아닌 공정위 고시에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산정 기준 등을 수범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과징금 고시규정 내용 중 ▲과징금 부과 여부 판단 기준 ▲과징금 산정기준 등을 시행령으로 격상한다.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과징금 상한액을 결정할 때 필요한 '관련 납품대금'의 개념 정의도 명확히 한다.

그동안 관련 납품대금의 개념이 '위반행위를 한 기간 동안 구매한 관련 상품의 매입액'으로 규정돼 있어 납품대금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법 위반행위가 일정 기간 지속되지 않고 일회성(one-shot)으로 발생한 경우 '위반행위를 한 기간'이 없어 관련 납품대금을 산정할 수 없었다.

또 ▲위반행위를 한 기간에 관련 상품 '구매'가 없었던 경우 ▲위반행위를 한 기간에 관련 상품 '구매'는 있었으나 그 '구매액(매입액)'이 실제 법 위반행위와 무관한 경우에도 관련 납품대금을 산정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관련 납품대금의 개념을 '위반행위를 한 기간 동안 구매한 관련 상품의 매입액'에서 '위반행위와 관련된 상품 매입액'으로 바꿨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형유통업체의 구두 발주 관행이 개선돼 납품업체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며 "과징금 산정·부과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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