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보수적으로 변화…영업 현금유입 늘어도 채무 상환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국내 대기업이 투자에 활용한 현금이 지난 3년 사이 17%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이 늘었음에도 기업들이 투자 대신 부채 상환에만 집중한 탓이다.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100대 기업의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이 마이너스를 벗어나고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이 늘어났음에도 투자활동을 위한 현금유출은 정체국면을 이어갔다.

매출액이 증가하고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더 많이 벌어들였음에도 정착 투자를 늘리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신규 자금조달보다 기존 부채 상환에 집중했다는 것으로, 결국 대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늘어난 현금유입을 투자보다 차입금 상환 등 재무상황 개선에 활용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위 100대 기업(비금융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532조원으로, 지난 2015년의 1천470조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지난 2013년 1천500조원을 기점으로 2014년 1천490조원 등으로 2년째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지난 2015년부터 크게 증가했다. 유입규모는 2014년 116조원에서 2015년 164조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16년에는 171조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이어진 저유가로 수익성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위한 투자활동은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100대 기업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지난 2013년 약 146조원의 유출이 이뤄졌으나, 이후 투자활동 현금유출은 17% 정도 감소했다.

최근 3년 동안 투자활동 현금유출은 2014년 121조8천억원, 2015년 121조9천억원, 2016년 122조8천억원 등에 그쳤다. 아직 지난 2013년 투자활동을 위해 사용한 현금의 유출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늘어난 현금유입을 투자보다 차입금 상환 등 재무상황 개선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지난 2014년까지 플러스(+)였으나, 지난 2015년부터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즉 재무활동을 통해 신규로 자금을 조달했던 추세에서, 2015년부터는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이들 100대 기업의 재무활동 현금유출은 지난 2015년 16조1천억원이었고, 2016년에는 33조5천억원으로 더욱 늘었다. 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하는 금액보다 상환하는 금액이 더 많아지면서 재무활동 현금이 마이너스를 계속했다.

그나마 올해 1분기 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투자도 다소나마 살아났다.

올해 1분기 100대 기업의 투자활동 현금유출이 27조4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18.5% 증가했다. 매출액도 398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 늘었다. 반면 재무활동 현금흐름도 기존 유출에서 9천억원 유입으로 돌아섰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이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피하면서 올해 1분기까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며 "기업의 투자 여력은 다소 확보됐지만, 적절한 투자처가 없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회복세가 장기화하지 못하고 반짝 회복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와 고용, 그리고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산업을 발굴하는 투자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