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액면분할을 결정했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액면분할 자체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데다, 과거 사례에서도 주가 상승 확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액면분할 사례는 모두 733건이었다. 이 중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액분 이후 3개월 주가 추이를 보면 주가가 오른 곳은 절반에 그쳤다.

SK텔레콤과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 강원랜드 등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3개월간 각각 21.9%, 35.7%, 27.6%, 14.8% 올랐다. 반면에 포스코켐텍과 메리츠종금증권, 현대해상, 롯데제과 등은 각각 26.4%, 18.3%, 14.0%, 12.9% 하락했다.

그나마도 SK텔레콤과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이후 3개월은 이전 주가 수준으로 회귀했다.

액면분할의 주가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액분은 자본금 증가 없이 발행주식수만 증가하는 가치 중립적인 이슈라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액분을 진행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개인 순매수가 급증했으나 장기간 지속되지는 못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도 과거 액면분할을 진행했던 기업들 사례와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전일 깜짝 발표한 삼성전자는 장중 8%대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종가 기준으로는 강보합권에서 마무리됐다. 외국인은 하루에만 삼성전자를 600억원 넘게 팔아치우는 기록적인 매도세를 보였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전일 주가 보합은 학습효과가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외국인이 대량으로 매도한 것도 재량 금액이 이미 충분한 상황에서 개인 수급에 노출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해서 주가가 낮아지면 개인의 거래가 더 활발해질 수는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개인 유동성이 늘어날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단타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가 변동성만 더 커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액면분할 자체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삼성전자 주주환원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은 그동안 주가가 높아 부담이 됐던 투자자들의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며 "특히 공격적인 주주 환원은 회사가 주가 부양 및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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