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 KT&G가 KT&G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다.

기업은행은 백복인 사장이 연임하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업에서 분식회계 의혹 등이 제기됐고 사장 공모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KT&G는 해외사업에 문제가 없고 백 사장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장 후보로 선정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복인 사장의 연임 여부는 이달 16일 개최되는 KT&G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5일 백복인 사장을 차기 사장후보로 선정했다. 이사회에서도 이를 확정했다.

오는 1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장 선임안건이 통과되면 백 사장은 오는 2021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KT&G를 이끌게 된다. 백 사장은 지난 2015년 취임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반대입장을 내놨다. 작년 말 기준 기업은행은 KT&G 지분 6.93%를 들고 있는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지분율 9.09%)이다.

기업은행은 이런 입장을 내세우기 위해 지난달 2일 공시를 통해 KT&G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기업은행은 백 사장이 'CEO 리스크'가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업에서 분식회계 의혹 등이 제기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말 "해외사업 다각화 명목으로 추진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인수사업과 관련해 배임과 횡령을 감추기 위한 분식회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의혹은 트리삭티의 자회사인 센토사와 푸린도 자산 부풀리기, 해외 자회사의 이중장부와 공시위반 등으로 정리된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 중이다.

기업은행은 KT&G 사장 공모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KT&G는 지난 1월 30일 오후 사장 공모공고를 냈다. 지난 1월 31일과 지난 2월 1일 서류를 접수했고, 2일 서류심사를 했다. 이어 5일에는 사장 후보면접을 진행하고 후보를 확정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부에서 관치 논란이 일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사장을 추천한 게 아니다"며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논란이 있는 사장 연임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G는 인도네시아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트리삭티가 자회사 센토사에 실시한 현물출자와 관련해 공정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았다"며 "KT&G는 글로벌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해외법인 감사를 선제적으로 진행했고,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맞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사장 공모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회사 경영안정화를 위해 한정된 시간 동안 심층심사를 통해 후보 추천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KT&G와 기업은행의 갈등은 오는 16일 KT&G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주주의 표심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KT&G에서 외국인 주주비율은 53%다.

외국인 주주의 표심과 관련해서는 일단 KT&G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전날 백 사장 연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ISS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ISS 입장은 유동적이라고 본다"며 "주총 전에 입장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의결권 자문기구 3곳에 문의한 결과 백 사장 연임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입장도 외국인 주주의 표심만큼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KT&G 1대 주주인 데다 국민연금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백 사장 선임안건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