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대한 제안서를 통해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4일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지분 1조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환영의 뜻과 함께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한데 이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은 24일 '현대 가속화 제안서(Accelerate Hyundai Proposals)'를 공개했다.

이번에 엘리엇이 밝힌 제안서의 핵심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현재의 복잡한 지분구조의 간소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과다 잉여금 축소, 현재 및 미래의 모든 자사주 소각,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자산화, 순이익 기준 40%~50% 수준의 배당금 확대정책,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의 추가적인 선임 등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요구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를 미화 10억달러(1조500억원) 규모 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 지분을 대략 1.4%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 지주회사로 내세움으로써,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으로 추정된다.

기아차의 경우에는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및 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적정가치 검토 및 자산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엘리엇의 요구는 자신들이 보유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식의 가치 제고로 요약된다.

엘리엇은 또 모든 자사주의 소각과 함께 배당지급률을 순이익 기준으로 40%~50%로 확대하는 배당금 확대정책을 주장했다.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요구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방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이 당초 제시했던 지배구조 개편방안의 골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나아가 현대글로비스의 지배회사 체제 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은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는 것이지만, 상당한 현금자산을 보유한 수익성 높은 사업부문을 분할 후 물류회사에 합병하고, 이런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상당한 세금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삼았다.

아울러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대해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와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이 "핵심 내용을 받아본 현대차그룹 주주 대부분은 모두 제시된 개선점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고, 이러한 제안서의 채택이 현대차그룹의 모든 이해관계인들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해 3개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그림을 그린 셈"이라면서 "결국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 관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출자구조 재편에 대한 취지와 당위성을 지속해서 설명하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