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2018.6.21 목 12:40
    회사소개 | 아하경제TV | 연합뉴스 | 연합뉴스TV
     
    외부기고
    [정순섭의 법과 금융] 기업금융법제와 투자자보호 그리고 기술의 발전
    정지서 기자  |  jsjeong@yna.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21  14:00:0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싸이월드 공감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국내에서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기업자금조달방식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증권발행을 통한 IPO(Initial Public Offering)에 빗대어 흔히 ICO(Initial Coin Offering)라고 부르는 방식이 그것이다.한편에서는 기술혁신의 상징으로서 과도한 국내 규제로 해외에서 ICO를 시도하는 기업에 생겨남으로써 관련 기술이나 자본의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증권공모발행이나 증권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크라우드펀딩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가상통화 자체가 전통적인 금융시장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발전이고 이를 통한 자금조달도 그 형태를 불문하고 생소한 현상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지급수단의 발전으로 알려져 왔던 가상통화를 일반공중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점에서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법적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법개념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수단이나 거래의 출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발견된다. 예컨대 전기를 절도죄의 대상인 물건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기도 했다. 그리고 종이에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고 작성자가 서명하거나 기명날인하면 그 종이가 일정한 권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는 유가증권 법리가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데는 수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가상통화나 이를 둘러싼 새로운 기술적 발전이 일반적인 법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ICO에 대한 앞으로의 논의를 위하여 기업의 자금조달법제와 투자자보호, 그리고 법 제도의 비교라는 관점에서 고려할 사항을 생각해 보자.

    첫째, 기업자금조달법제의 관점에서 고려사항을 살펴보자. 현재의 기업자금조달법제는 채권과 주식의 구분을 기초로 한다.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상환할 의무가 있으면 채권 또는 사채로 분류한다. 기업이 조달한 자금을 상환할 의무가 없으면은 의결권, 배당을 받을 권리, 해당 기업이 소멸할 경우 채무를 이행하고 남는 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는 잔여재산분배청구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식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통화는 상환의무가 없고 발행인이 있더라도 의결권, 배당을 받을 권리,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이 없는 것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스위스나 싱가포르 등 ICO에 대해 유연한 규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에서도 가상통화가 이러한 채권이나 주식 그 밖의 증권으로서의 특징을 가질 경우에는 당연히 증권규제를 적용하게 된다. 실제 미국에서는 작년 일부 ICO에 이용된 토큰을 증권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 가상통화의 이러한 특징은 전통적인 기업금융법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과 주식의 구분을 전제로 한 현재의 기업금융법제의 수정 없이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회사법이나 상법상 다양한 규제의 우회나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의 남용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시장에서 ICO와 같은 방식을 통한 자금조달을 시도하게 된 것이 기존의 기업자금조달법제의 유연하지 못하거나 비탄력적인 규제의 산물은 아닌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의 기업금융법제에 수정하거나 보완할 사항이 없는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투자자보호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사항은 없는가. 상환의무의 부재, 의결권이나 배당을 받을 권리 또는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의 부재라는 가상통화의 특징은 가상통화를 금융상품으로 보아 투자자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할 때 그 위험도가 매우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투자자를 포함한 금융소비자의 보호수준을 과거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하여 기존 관련 법률의 개정은 물론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 등을 통하여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금융감독체계의 개편까지도 논의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가상통화에 대해서만 '적정한 내용의 정보를 적정한 시기에 적정한 방법으로 제공하면 합리적인 투자자로서 스스로 판단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합리적 투자자의 가설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의 원칙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셋째, 외국의 법 제도와 우리나라의 법 제도를 비교할 때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제한적인 법제를 비교하는 것으로는 전체적인 규제의 현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각국의 입법정책이나 환경적 또는 역사적 요인에 따라 동일한 내용을 서로 다른 법령에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 때문이다. ICO에 관한 각국의 규제도 금융규제법은 물론 일반 형사법과 자금세탁법제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기존 법제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거래나 수단이 등장하면 학설의 발전을 통하거나 입법 또는 법원의 판결이나 관계 당국의 해석을 통하여 기존 법제에 수용되는 과정을 우리는 많이 지켜봐 왔다. 이러한 과정을 법의 진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먼저 생각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채권과 주식의 구분을 기초로 한 현재의 기업금융법제에 가상통화라는 제3의 유형을 포함할 경우 기존의 회사법이나 자본시장법상 기업금융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한지 라는 질문에는 답이 필요하다. 둘째, 투자자보호라는 금융 규제적 접근을 가상통화라는 형식을 취할 때에만 폐기할 것인지는 더욱 어렵고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정리해야 하는 문제이다. 셋째, ICO와 관련한 외국의 법 제도를 참고할 때는 그 기초가 되는 일반법체계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ICO와 같은 자금조달 시도가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특히 기존 기업금융법제의 보완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 現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jsjeong@yna.co.kr

    (끝)
    정지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1
    파월 의장 "강한 경제가 추가 금리 인상 지지"(상보)
    2
    WSJ "연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눈여겨볼 네 가지"
    3
    라보뱅크, EU 난민 합의 이탈리아 채권 지지요인
    4
    파월 의장 "무역갈등 경제 영향 목격 안 돼…기업들은 우려 커져"
    5
    MUFG, 파운드화 BOE 8월 금리 인상 암시하면 상승
    6
    파월 의장 "필요시 선제안내 사용할 것…일상적인 경우 사용 안 해"
    7
    OECD, 선진국 이민 2011년 이후 첫 감소
    8
    오늘 외환딜러 환율 예상레인지
    9
    <뉴욕 금가격> 달러 강세 이어지며 0.3% 하락
    10
    <뉴욕유가> 미 재고 감소·온건한 증산 전망 1.8% 상승
    연합인포맥스 사이트맵
    · 개인정보 처리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110-140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2길 25 연합뉴스빌딩 10층 (주)연합인포맥스 | TEL : 02-398-4900 | FAX : 02-398-4992~4
    사업자등록번호 101-81-58798 | 대표이사 : 최병국
    Copyright © 연합인포맥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fomaxkorea@gmail.com
    명칭: 연합인포맥스/ 등록번호: 서울 아02336 / 등록일자: 2012년 11월 06일/ 제호: 인포맥스/ 발행인: 최병국/ 편집인: 최병국
    발행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2길 25,연합뉴스빌딩 10층/ 발행일자: 2000년 6월 1일/ 발행소의 전화번호 02-398-4900/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유상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