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금융감독원이 국내 증권사 등의 중국 에너지 기업 자산담보기업어음(ABCP) 투자 손실과 관련해 신용평가사나 판매 주관사들을 제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는 회사 부도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 간의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는 데다 신용등급 산정이나 판매 절차상에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중국 차이나 에너지 리저브 앤드 케미컬스(CERCG) 자회사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에서 발행된 ABCP에 문제가 없는지 판매 과정 및 투자 상황 등을 점검했다.

금감원은 통상 불완전판매는 금융회사가 상품 관련 지식이 없는 개인을 상대로 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라며 금융상품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한 '선수'들끼리의 거래를 불완전판매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되도록 증권사들이 자체 노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신용평가 과정에서도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당시 시장에서 이 ABCP와 관련한 수요가 많았던 데다 일부 회사들의 요청에 따라 상품을 판매했다는 내용 등을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증권사는 해당 채권을 ABCP로 유동화하고 판매한 증권사다.

국내 증권사 중 이 ABCP에 투자한 곳은 현대차투자증권과 KB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BNK투자증권 등 5곳이다. 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과 하나은행이 투자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증권사에 판매된 ABCP는 모두 증권사 고유 계정이 보유하고 있고, 개인들에게는 판매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BCP의 발행 근거가 자본시장법이 아닌 상법에 명시된 것도 책임 소재를 찾는 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 또 다른 관계자는 "기관 간의 정보 비대칭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수는 있다"며 "나이스신평이 신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했는지, 한화와 이베스트증권이 주선 회사로 의무를 다했는지 다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ABCP가 상법에 의해 사모로 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일부 회사들이 투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애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펀드 수익자는 이와는 또 다른 문제로, 앞으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증권사들의 자체 투자에 대해서는 일단 채권을 회수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나이스신평, 현대차투자증권 등은 이번 디폴트와 관련한 상황을 점검하고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중국 CERCG 본사를 방문한다. 나이스신평은 신용평가에 문제가 없었는지 내부적인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나이스신평의 내부 평가와 증권사들의 채권 회수 노력 등 상황을 지켜보고 향후 필요할 경우 추가 검사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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