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예고한 상대국에 대한 관세부과 시점인 6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ING의 라울 리어링 국제무역 전문가는 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권자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거나 미국의 교역 상대국이 빨리 항복하면 무역전쟁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금방 이런 일이 나타날 것이란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전세계가 무역전쟁 돌입 직전"이라고 말했다.

리어링 헤드는 6일을 기점으로 무역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후 무역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각 시나리오에 따라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과 글로벌 교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6일 이후 시나리오별 GDP 영향. ※자료=ING 웹사이트>

최악의 경우는 미국이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다른 모든 국가 역시 미국산 수입품에 같은 조처에 나서는 것이다.

이때 향후 24개월 동안 미국의 GDP 손실분은 전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입는 피해보다 3배나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자국의 모든 제품에 20% 관세가 부과되지만 다른 국가들은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만 20% 관세를 부과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어링 헤드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 때 중국이 제시한 미국산 제품 수입 700억달러 증액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3번째 시나리오에 제시된 것처럼 중국산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규모가 700억달러 이상으로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역시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국이 순수하게 누릴 수 있는 효과는 700억달러 근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은 EU보다 더 많은 충격이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보다 EU 수출이 더 많기 때문인데, EU가 보복조치로 역내에서 중국보다 더 많은 수입 대체가 일어나면서 GDP 증가율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에 2천억달러 제품에 대해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고, 유럽산 자동차에 20%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과 EU가 같은 수위의 보복에 나서는 것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여기에다 미국이 2천억달라 규모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하고 1천억달러 규모 유럽산 수입품에 관세를 10% 더 부과하면, 이에 대한 양국의 보복이 뒤따르는 것이다.

리어링 헤드는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무역제한 조치가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어 보복조치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는 점이다. 이는 무역전쟁이 빠른 속도로 심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면서 중국의 700억달러 수입 증액 제한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할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EU에 대해서는 교역에 있어서 "중국만큼 나쁘다"라고 표현한 만큼 자동차 관세와 관련한 EU와의 협상에서도 유연성이 발휘될 여지는 작아 보인다.

리어링 헤드는 "전 세계는 앞으로 수개월 내에 무역분쟁 수위가 높아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기조를 지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후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위치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께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가시화할 것이며 결국 (유권자들은) 트럼프 무역정책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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