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손자회사 지분율 기준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으로 변경 가능성

SK그룹, 자·손자회사 지분 취득에 7조원 이상 써야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SK그룹과 롯데그룹, 한진그룹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자회사',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상장사 20% 이상(비상장사 40%)에서 30% 이상(비상장사 50%)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SK그룹과 롯데그룹 등은 지분율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 공정위, 지주사 규제강화 논의…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기준 상향될 듯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를 열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의무 지분율 상향, 부채비율 상향, 공시 강화 등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신규 설립·전환 지주회사만 우선 적용하는 안과 모든 지주회사에 적용하되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안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등 3단계 출자가 허용된다. '지주회사→자회사',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은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이다. '손자회사→증손회사' 지분율은 100%인 경우만 허용된다.

재계에서는 지분율 기준이 상향되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 이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2016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관련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 SK그룹, 지분매입 '부담'…어떻게 대응할까

이처럼 공정위가 지주사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의무 지분율을 충족하지 못한 대기업이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하다.

SK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SK텔레콤 지분 25.2%를 들고 있다.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기준이 상장사 30% 이상(비상장사 50%)으로 바뀌면 SK는 SK텔레콤(상장사)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

SK는 또 SK건설(비상장사) 지분 44.5%를 들고 있다. SK는 이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와 나노엔텍 지분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와 나노엔텍 지분을 각각 20.1%, 27.1%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상장사라서 30% 이상을 넘겨야 한다.

시장에서는 지주사 규제가 강화되면 SK그룹이 지분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약 7조600억원을 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큰 금액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SK하이닉스 지분이다.

이런 이유로 SK그룹이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SK텔레콤 투자회사가 SK텔레콤 사업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면 SK텔레콤 투자회사가 SK텔레콤 사업회사 지분을 일부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SK그룹은 이 자금을 SK하이닉스 지분을 취득하는 데 쓸 수 있다.

◇ 롯데·한진그룹도 공정거래법 개편안 '예의주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도 공정거래법 개편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 지분스와프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지분율을 11.5%에서 21.4%로,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을 18.3%에서 24.9%로 확대했다.

지분스와프를 통해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지분율 기준(상장사 20% 이상)을 충족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또 롯데지주의 롯데푸드(상장사)와 롯데상사(비상장사) 지분율도 각각 22.1%, 41.4%다. 롯데지주의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인천타운 지분율도 각각 15.2%, 27.5%다. 지주사 규제가 강화되면 두 회사 모두 비상장사라서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진그룹도 지주사 규제가 강화되면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한진(상장사)과 대한항공(상장사) 지분을 각각 22.2%, 29.6% 들고 있다. 비상장사 정석기업 지분율은 48.3%다.

이 밖에 LG그룹, GS그룹, LS그룹 등도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을 추가 취득해야 하는 곳으로 거론된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지주회사과 관계자는 "공정위는 이달중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전면 개편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공정위 입장을 마련해 정부입법안을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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