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터키가 미국의 통화 긴축정책의 첫 피해자이며,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터키가 아르헨티나와 함께 미국이 통화 긴축정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대형 신흥국이었다면서, 터키의 경제위기는 터지기만을 기다려왔던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터키의 외화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55% 수준으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위험 수준에 근접한 정도다.

매체는 또 터키가 GDP의 6.5% 수준인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단기 달러화 표시 부채에 위험할 정도로 의존해왔다고 말했다.

매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 리라화 급락을 불러일으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주요 4개국(G4)들이 양적 완화로 2조 달러를 국제 금융시스템에 부어 넣고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할 때만 해도 신흥국이 달러를 쉽게 조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유동성 수도꼭지가 잠겼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터키가 긴축정책으로 인해 오랜 기간 고통을 받게 될 신흥국의 첫 번째 타자일 뿐이라며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이 뒤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인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아진 것을 신흥국들이 어떻게 소화할지 걱정"이라면서 "(터키 경제불안은) 광범위한 추세의 조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가 고작 60bp 오른 것만으로 신흥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금리 상승 쇼크가 더 컸던 2013년 테이퍼 탠트럼 때와 비교하면 시장이 훨씬 민감해졌다고 경고했다.

GDP 대비 부채 비중이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보다 40%포인트 높은 318%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마켓앤머니 어드바이저리의 라스 크리스틴슨 최고경영자(CEO)는 "리라화의 하락세 자체가 유로존을 터뜨린다거나 전 세계 경제로 전염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리라화 급락 전염 여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기조로 인해 타격을 받는 것이 문제이며 이게 바로 1998년에 일어났던 일"이라면서 "현재 상황은 1998년 때와 매우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2016년 재닛 옐런이 연준 의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중국 위안화 위기가 있었는데, 긴축기조를 잠시 미루면서 전 세계적 매도세가 멈춘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중국 위안화 위기 때처럼 연준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확장의 끝자락에서 펼치는 재정부양책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받고 있다"면서 "연준은 바닥에 피가 흐를 때까지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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