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일본계 법인 지분율 99%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계 법인 지분율 낮추는 방안

호텔롯데와 롯데지주 합병 방안도 거론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할 또 하나의 키워드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가 지목된다. 롯데지주와 함께 롯데 지배구조의 한 축을 이루는 호텔롯데가 일본계 법인의 영향력 아래 있는 탓이다. 호텔롯데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일본계 법인의 지분율을 낮출 수 있게 된다.

호텔롯데 상장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지주는 식품·유통 계열사를, 호텔롯데는 화학·건설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또 다른 핵심 '호텔롯데 상장'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 5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에서 "호텔롯데 상장은 여건이 되면 빨리할 것"이라며 "실적이 어느 정도 좋아지고 투자자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려는 것은 호텔롯데가 일본계 법인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으나, 호텔롯데에는 그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호텔롯데 주요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지분율 19.07%), 일본 주식회사L제4투자회사(15.63%), 일본주식회사L제9투자회사(10.41%), 일본주식회사L제7투자회사(9.40%) 등이다. 일본계 법인의 총 지분율은 약 99%에 달한다.

하지만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을 마무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호텔롯데 기업가치가 지난 2016년보다 크게 감소한 탓이다.

롯데는 2016년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으나 롯데 총수일가 등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상장이 연기됐다.

호텔롯데가 2016년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방식으로 산정한 호텔롯데 영업가치는 12조9천231억원이다. 호텔롯데 영업가치는 면세부문(12조478억원), 호텔부문(3천360억원), 월드부문(4천316억원), 리조트부문(1천77억원)으로 구성된다.

호텔롯데 영업가치의 대부분은 면세부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부문 실적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 기업가치도 쪼그라들었다.

실제 지난해 호텔롯데 면세부문 EBITDA는 767억원이다. 여기에 경쟁사인 호텔신라의 EV/EBITDA 멀티플 14배를 적용하면 면세부문 영업가치는 1조738억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16년 호텔롯데는 면세부문 영업가치를 산출할 때 경쟁사인 호텔신라의 EV/EBITDA 멀티플 22.4배를 적용했다"며 "하지만 올해 호텔신라의 EV/EBITDA 멀티플은 14배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고 했다.

◇ 호텔롯데와 롯데지주 합병 가능성은

호텔롯데 상장이 끝나면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합병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는 식품·유통 계열사를, 호텔롯데는 화학·건설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 등 총수일가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화학·건설 계열사 등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 상장 이후 일본계 법인의 호텔롯데 지분율이 감소하면 호텔롯데가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고 롯데지주는 호텔롯데 투자부문을 합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은 롯데지주의 금융회사 처리와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 문제와 맞물려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지주·호텔롯데 합병법인이 금융사 지분(2조9천억원)을 일본 롯데홀딩스의 롯데물산 지분(3조1천억원)과 교환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10월 4일 송고한 '[롯데 지배구조-①] '미완성' 롯데지주…해결과제는' 기사 참고)

전망대로 되면 롯데지주는 롯데물산 지분 93.1%를 확보하게 된다. 이후 롯데물산을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고, 롯데지주가 롯데물산 투자부문을 합병하면 롯데지주·호텔롯데·롯데물산 합병법인은 롯데케미칼 지분 44%를 확보하게 된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이 같은 시나리오는 롯데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안"이라며 "향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추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