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우리은행 IB본부 인수투자부 부부장(M&A 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LTV(담보인정비율)가 다르잖아. 다시 계산해봐."

이창민 우리은행 인수투자부 부부장은 신입 팀원에게 부동산 가치 산정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칠판 한가득 써내려가는 모습이 교수 같다고 하자, 이내 고개를 내젓는다.

"강의가 아니다. 팀원과 잘못된 소통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 부부장은 작은 의사소통 실수가 몇 천억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평가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간사 간 짝짓기도 실적에 한 몫 = 소통을 강조하는 이 부부장은 우리은행과 기업 간 소통을 13년째 책임지고 있다.

지난 1990년 상업은행에 입사, 지난 2000년 우리은행 기업구조조정 업무 책임자가 됐다. 6년간 대우계열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IB본부로 와서 7년 동안 M&A팀을 이끌고 있다.

이 부부장은 지난해 보고펀드 투자목적회사의 동양생명보험 인수,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등 세 건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주요 딜에 참여한 비법을 묻자, 운이 좋았다며 '짝짓기론'을 내세운다.

이 부부장은 "같이 주관하는 은행과도 짝짓기를 잘해야 된다. 동양생명 건은 신한은행ㆍ하나은행과, 대한통운 건은 농협과, 하이닉스 건은 국민은행과 각각 공동 주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은행이 다 열심히 했는데, 우리은행이 짝을 잘 맞춰서 세 건에 모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CJ GLS, 규모는 작지만 큰 성장성에 높은 점수 = 이 부부장은 가장 기억에 남은 딜로 CJ GLS에 2천억원 규모의 여신 승인한 것을 꼽았다.

그는 "사실 CJ GLS의 규모에 비해 2천억원 여신은 큰 편인데, 앞으로 CJ GLS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주간사로 선정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부부장은 "신디케이션론이 오버부킹되고, 모집 금액의 몇 배되는 은행들이 참여하는 등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CJ GLS에 거액 대출 결정이 업계 사람들로부터 옳은 판단으로 인정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부장은 과감한 여신 승인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잘한 결정인가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며 "다만 CJ GLS가 1위 택배 업체인 대한통운을 인수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내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확고한 판단이 있어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부장은 이 딜이 CJ그룹의 신뢰를 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자금 용도로 은행권에서 1조2천400억원 신디케이트론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CJ제일제당이 8천억원, CJ GLS가 4천400억원을 차입했다.

우리은행을 주간사로 선정한 CJ GLS는 우리은행으로부터 2천억원, 국민ㆍ신한ㆍ하나ㆍ산업은행 각각 500억원, 외환은행 400억원씩 차입했다.

▲최악의 오류는 가능성 차단하는 것 = 이 부부장에게 올해 가장 관심 있는 M&A를 묻자, 주저없이 하이마트 매각을 꼽는다.

그는 "하이마트는 가치가 있는 기업이고, 올해 가장 이른 시일 내 매각이 진행될 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이마트 가치를 산정하는데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부장은 "하이마트 인수전에 '어느 그룹이 정말 관심 있다'는 가정을 두는 순간 판단이 흐려진다"며 "모든 가능성을 공평히 열어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M&A가 예측한 대로 된 적은 없다"며 "매각 과정에서 일어나는 조그마한 변화에 대해서도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 업무 철칙"이라고 말했다.

이 부부장은 인터뷰 내내 그간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낮은 자세를 고수했다.

다만, 'IB맨'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전기가 에너지로 바뀌는 순간처럼, IB업무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있어 높은 집중력과 몰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부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한 곳으로 에너지를 쏟아야 할 시점에서 '개인적인 삶'처럼 다른 곳으로 에너지를 분산해버린다"며 "우선 목표한 바에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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