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장 불안시 변동성이 급격해지는 등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패시브펀드 규모가 시장 수익 초과를 추구하는 액티브펀드를 앞질러가는 상황이라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31일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들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패시브펀드 설정액이 25조원대를 웃돌며 액티브펀드 설정액 24조5천억원을 추월했다. 국내에서 패시브펀드 규모가 액티브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난 10년간 패시브 투자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전체 펀드시장에서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더한 패시브 투자 운용 규모는 9조5천억달러 수준으로 전해졌다. 패시브 투자가 전체 펀드시장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2%에서 최근 30%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ETF는 경제성과 리스크 분산, 즉시성 등의 장점을 바탕으로 패시브 투자 성장을 이끄는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ETF의 총 운용규모는 5조달러에 육박해 2005년 이후로만 10배 넘게 급성장했다.







한투증권은 패시브 투자 확대와 시스템 운용기법의 확산은 시장의 유동성을 늘리고 거래 비용을 줄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와 동시에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상관관계를 강화시키는 부정적 영향도 존재한다고 봤다.

실제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는 2010년 5월 뉴욕증시가 단 몇 분 만에 9% 급락했던 이른바 '플래시 크래쉬(flash crash)' 이후 알고리즘 거래가 다른 시장으로 충격이 빠르게 확산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패시브 투자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정상적인 상황에선 시장 구조 변화 등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산시장이 불안정해지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높을 때 시스템에 기반한 운용전략은 거꾸로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시스템 리스크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현종 한투증권 연구원은 "패시브 투자는 리스크를 시장 가격에 빠르게 반영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약세장이 진행될수록 이러한 시장 구조 변화가 자산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강도는 자산가격의 회복 탄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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