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이 4일 모습을 드러냈다. 편의점업계가 자율규약을 마련하고 공정위가 이를 승인한 것은 편의점시장의 과밀화가 심각한 탓이다. 편의점시장 과밀화는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가맹본부도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자율규약이 마련됐으나 앞으로 잡음은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 일부 의원과 가맹점주가 요구했던 최저수익 보장 확대가 자율규약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공정위, 편의점 자율규약 승인…과밀화 문제 해소 목적

이날 편의점 자율규약이 나온 것은 편의점 가맹본부 간 출점경쟁으로 과밀화를 초래해 가맹점주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3만7천539개다. 국내 거주 인구수가 5천144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점포당 인구수는 1천370명이다. 편의점산업이 한국보다 발달한 일본은 점포당 인구수가 2천270명이다. 한국보다 60% 이상 많다. 국내 편의점시장의 과밀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편의점 수는 4만2천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편의점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가맹점주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CU가맹점주협의회, GS25가맹점주모임, 한국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은 지난달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편의점 본사는 착취를 중단하고 상생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본사 매출액은 급격히 증가하는데도 가맹점주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이에 따라 본사 수익과 점주 수익이 역관계를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본사에 실질적인 최저수익 보장, 폐점위약금 철폐, 24시간 영업강제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계속됐다. 이에 지난 7월 25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일정한 거리 내 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율규약안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획일적인 거리 제한은 담합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상권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보다 종합적인 규약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지난 8월 31일과 9월 18일 지에스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 씨스페이시스(C·Space), 이마트24(이마트24) 등 6개 편의점 본사의 임원진 간담회를 실시했다. 지난 10월 31일에는 편의점주 간담회를 했다. 그 결과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지난달 21일 최종 자율규약안을 마련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편의점 과밀 해소를 위한 업계 자율협약을 공정위가 잘 뒷받침하고, 편의점주가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게 해달라"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소회의를 열고 편의점 자율규약을 심사·승인했다. 당초 소회의 의안에는 편의점 자율규약 심사가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시로 의안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최저수익보장 확대 요구 목소리

이처럼 편의점 자율규약을 마련했으나 향후에도 편의점 가맹점주의 불만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당 일부 의원과 가맹점주가 요구해온 최저수익보장 확대가 자율규약에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당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자율규약 선포식'에 참석해 "저는 이 자리를 축하만 할 수는 없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풀어내기 위한 대책이 다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본사와 점주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더 들어가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본사의 실질 매출이 3배 성장하는 동안 점주 매출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CU 편의점주는 거리에 나와 상생을 외치고 있다"며 "편의점 가맹본부는 최저수익보장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자율규약 선포식에 참석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편의점 가맹본부가 최저수익보장 확대를 검토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편의점업계는 최저수익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 기간이 1년"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여당 일부 의원과 편의점주는 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편의점 가맹본부를 대표하는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본사 이익률이 높지 않아 최저수익보장 기간을 확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최저수입보장제를 전 기간에 걸쳐 시행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본은 '최저수입보장'이고 우리나라는 '최저수익보장'이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최저수입보장제는 민법상 채무관계"라며 "일본 편의점 본사는 편의점주의 한 달 수입이 최저수입에 미치지 못하면 지원을 해준다. 이후 연간 정산을 통해 더 많이 준 부분은 채권으로 계상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최저수입보장제를 운영해도 점포의 경영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그 점포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가맹사업법은 본사가 점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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