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2차 승인투표가 부결되면서 브렉시트가 점점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의회는 메이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반대 391표, 찬성 242표로 부결시켰다. 표차는 149표에 달했다.

지난 1월 첫 번째 승인투표의 표차인 230표보다는 줄었지만, 메이 총리가 결국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반론을 잠재우지 못한 셈이다.

앞서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전장치'(backstop·백스톱)'와 관련해 영국을 영원히 EU에 갇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안 마련 등 보완책에 합의했다.

하지만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이 표결에 앞서 해당 합의 사항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마친 결과 여전히 영국이 EU 동의 없이 안전장치에서 벗어날 합법적 수단이 없다고 밝혀 합의안에 대한 회의론에 불을 지폈다.

메이 총리는 결국 제2 승인투표가 부결되자 다음 날 하원에서 노딜 브렉시트의 실시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하원이 다음날 투표에서 노딜 브렉시트 방안도 거부하면, EU 와의 브렉시트 협상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14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노딜 브렉시트는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이다.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작년 9월 "미니 딜"은 없을 것이라며 이혼 협상이 결렬되면 그것으로 끝이며 "양측은 각자의 비상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U 집행부는 지난 2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EU와 영국 간 물류 이동은 즉각 통제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영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세관 서류와 관세를 준비해야하며, 수입/수출 라이선스 등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사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결정하더라도 '질서정연한(managed) 노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개혁센터의 찰스 그랜트 디렉터는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닥칠 경우 EU 회원국들은 영국과 양자 합의를 타결해 혼란을 수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행위가 현재는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으나 EU 회원국들은 자국의 이해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자타 라흐만 유럽 이행 담당 헤드도 "EU는 강경하지만 멍청하지는 않다"라며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혼란을 최소화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회는 노딜 브렉시트마저 부결되면 브렉시트 협상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와 함께 이를 디폴트 옵션(옵션이 지정되지 않았을 때 자동 선택되는 옵션)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자유 투표를 제안했다.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이들은 노딜 브렉시트를 디폴트 옵션으로 명기한 것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는 노동당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행보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는 노딜 브렉시트마저 부결되면 다음 날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2017년 3월 29일 유럽연합(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2년 후인 오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EU는 브렉시트 시행일 연기 요구가 제출되면 우호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 회원국이 모두 동의할 경우 브렉시트 시점 연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은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은 브렉시트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되고, 조기 총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진다. 또 브렉시트에 대한 제2 국민투표 가능성도 대두될 전망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시기를 연기할 경우 5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참여해야 하므로 그 이전으로 짧은 기간만 연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은 브렉시트 시점을 7월 1일까지로 연장하는 것이 간단해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조기총선과 제2국민투표 등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경우 브렉시트 연기 시점도 더 길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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