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진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잇따라 조양호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 탓이다.

이들은 조양호 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소위 땅콩 회항과 물벼락 갑질 등으로 대표되는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 등 3세들의 리스크에 발목에 잡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27일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의 건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창립자인 조중훈의 장남이자 오너가 2세로, 현재 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는 주주권행사로 총수가 물러나는 사실상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면서 이유에 대해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 회장은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면서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어 196억원 상당의 통행료를 챙긴 혐의다. 아울러 사무장 약국 운영 등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연임에 반대하는 것도 각종 횡령·배임과 무관하지 않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 회장은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와 같은 회사를 통해 회사의 부를 자녀들에게 이전한 전력이 있으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8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사익편취 이력 및 불법행위에 따른 검찰 기소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도 "사익을 위해 회사에 비용을 전가한 점은 사내이사로서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데 특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조 회장은 한진그룹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정석기업의 대주주이기도 해서 배당 등으로 직접 일감 몰아주기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이런 이유로 일찌감치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총수 일가의 '갑질 경영'과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상식 이하 '갑질'은 이미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됐다"며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을 버젓이 상정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양호 이사와 그 일가는 회사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며 "정상적인 회사라면 당연히 이사회가 개최돼 회사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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