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달러-원 환율로 본 경제성적표
[데스크 칼럼] 달러-원 환율로 본 경제성적표
  • 황병극 기자
  • 승인 2019.05.1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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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말 미국 달러당 1,115.70원이던 원화가 4월 하순 이후 급등세로 반전한 데 이어 급기야 13일 1,187.50원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원화 절하율은 6%를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JPY)는 달러화에 0.83% 강세를 보였고, 태국 바트(TWB)는 2.97% 정도 강해졌다. 5월 들어 약세로 반전된 중국 위안화(CNY)도 연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기간 달러화에 약세를 보인 유로(EUR)나 대만 달러(TWD)의 절하율도 1% 중후반 수준이다. 올해 들어 원화보다 약세를 보인 통화는 정국불안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ARS)나 터키 리라(TRY) 정도에 불과하다.

◇원화 약세현상 뚜렷…위쪽만 보는 외환시장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는 셈이다. 통화가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한국의 경제성적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달리 표현하면 서울외환시장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그만큼 좋지 않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울환시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 한국 경제를 보면 좋은 게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한국의 수출이 수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1분기 한국 경제는 전기대비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노동 생산성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도 국내에서는 투자를 사실상 포기하고 해외 진출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릴 요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가열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때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려 줄 것으로 생각했던 북한 이슈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렇다 보니 외환시장은 위쪽만 바라보면서 당국과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실력행사 나선 외환당국…환율 속도 조절 의지피력

문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환시 투자심리도 서서히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원화를 호주 달러화, 대만 달러화 등과 더불어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비한 상위 3대 '숏' 통화로 꼽았다. 무역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화를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서울환시에서 투자자들과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며 저공 플레이를 지속했던 당국이 지난주 금요일 본격적인 매도개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마냥 물러서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 당국이 달러-원 1,200원 근처에서 실력행사에 나선 만큼 당분간 당국과 시장의 기싸움도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1,200원은 시간문제라는 외환시장과 달러-원 환율의 급격한 상승속도를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당국의 한바탕 전쟁이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땡큐'만은 아닌 원화 약세…위기관리 필요성

물론 환율 자체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최근 원화 약세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수출이 수개월째 마이너스를 전개하는 상황에서는 환율이라도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달러-원 1,200원 선이 쉽게 붕괴하고 외환시장의 투기적인 수요가 가세할 경우 외환시장의 투기심리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자칫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감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국도 달러-원 환율 상승을 마냥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외환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감으로 확산되는 트리거로 작용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IMF 사태가 그랬고 글로벌 외환위기의 충격도 결국 외환시장과 외환자금시장 통로를 통해 퍼졌다. 어느 때보다 외환 현물시장이나 스와프 등 외화자금시장에 대한 당국의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선 시장참가자들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조만간 개선될 수 있다는 심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의 집행 등 경기대응책이 하루속히 현실화해야 하는 이유다. 외환 당국뿐 아니라 여야와 모든 정부 부처의 전방위적인 대응과 협조가 절실하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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