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책무
[데스크 칼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책무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5.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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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2011년 말 개정된 한국은행법에 기술된 내용이다.

한은이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데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한은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와 함께 금융 상황까지 고려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책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한국은행법과 관련해 조동철 금융통화위원의 최근 발언이 한은 안팎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조 위원은 지난 8일 한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통화당국은 물가안정에 집중해야 하며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보다 더 효과적이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보유한 금융당국이 금융안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안정을 고려한 통화정책은 보수적·비대칭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관리하기 어렵게 해 저금리 환경을 더욱 심화시키는 축소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에서 유지·안정시키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으로 보이지만, 법에 규정된 금융안정 책무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일부 한은 집행부의 불만도 들려온다.

한국은행법에 금융안정 책무가 추가된 것은 금융위기를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전처럼 물가안정만 추구해서는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했다. 이에 통화정책 결정 때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하기 시작했다. 2011년 말 법을 개정한 한은은 이후 금융안정을 위한 다양한 거시건전성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금융안정이 금융당국의 핵심 책무이기는 하지만, 법으로 규정한 이상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도 이에 충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한은이 물가안정이라는 일차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해왔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오랜 기간 낮은 물가 상승률 지속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책은 뚜렷하지 않다. 한은은 지난 4월 2019년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1.1%, 내년 1.6%로 제시했다. 지난 1월 전망 때 전망치는 올해 1.4%, 내년 1.6%였다.

금융안정 논란과 별개로 조동철 위원을 비롯한 비둘기파 금통위원들의 저물가 장기화 우려는 한은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조 위원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 충격이 올 때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0%에 너무 가깝게 붙어 있다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9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은 수요와 인플레를 지원하고, 인플레 기대의 추가 약화를 막기 위해 충분히 확고하게 팽창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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