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무게추가 완화로 쏠리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대전환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비둘기의 날갯짓을 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대표 주자인 연준, ECB의 정책 이력과 향후 경로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시장은 연준이 이달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사실상 확신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의 7월 금리 인상 확률을 100%로 보고 가격에 반영한 상태다.

만약 연준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2015년 12월에 시작된 연준의 긴축 행보는 막을 내린다.

그간 연준은 작년 12월까지 3년 동안 금리를 25bp씩 아홉 번에 걸쳐 2.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12월로 이번 금리 인하는 10여년 만에 본격적인 통화 완화 사이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카트리나 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기어를 변경했다며 더는 정책 정상화가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ECB는 비둘기파로의 변신을 이미 공식화한 모양새다.

지난 3월 완화 정책의 일종인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카드를 다시 꺼냈기 때문이다.

TLTRO는 실물경제와 관련한 대출을 많이 하는 은행에 값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작년 말 양적 완화(QE)를 끝낸 ECB는 금리를 올해 여름까지 동결할 계획을 세우며 눈치를 보다가 결국 TLTRO 카드를 꺼내 들었고 금리를 내년 상반기까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ECB는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0.4%인 예금금리를 인하하거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ECB가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금융 위기 이후 이렇다 할 통화 긴축을 단 한 번도 못한 채 ECB는 부양책을 내놓으며 악화하는 거시경제 여건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평가된다.

◇ 제한된 통화 완화 환경…묘수 찾아야

문제는 연준과 ECB의 통화 긴축이 불충분한 탓에 향후 마주할 불황 등 경제 위기에 중앙은행들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ECB는 사실상 통화 긴축을 건너 뛴 채 완화 기조로 선회했고 연준도 금리를 충분히 끌어 올리지 못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ECB가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ECB는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제로(0)%로 운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하루 동안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예금금리는 -0.40%, 돈을 빌릴 때 물게 되는 한계대출금리는 0.25%다.

모든 정책 금리가 제로 수준이거나 마이너스로 설정된 까닭에 ECB 입장에서는 추가로 금리를 낮추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12월부로 종료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당장 재가동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앙은행의 헬리콥터 머니 정책을 묘사하는 삽화 ※출처: CNN>

연준의 추가 완화 여지는 ECB보다 한층 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 위기를 맞아 연준은 금리를 무려 5%포인트 낮췄으나 이번 긴축 시기에 인하 폭의 절반에 못 미치는 2.25%포인트만 상향 조정하는 데 그쳤다.

연준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완화 압박 등으로 서둘러 긴축 행보에 종지부를 찍은 결과다.

연준은 양적 완화 정책으로 4조5천억달러 규모로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으나 약 7천억달러만 축소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다시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가동해 돈을 푸는 데 있어 한계로 여겨진다.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등 새로운 통화 완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에 개설한 개인 블로그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와 장기금리 조작, 헬리콥터 머니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연준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공격적으로 활용해온 편은 아닌 상황이다.

이에 기존 정책 기준으로는 한계점이 보일 수 있으나 새로운 정책으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연준이 통화 완화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며 묘수를 찾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단 한 번 인하할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이 통화 완화를 단행할 여력이 있으나 수요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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