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사익편취행위를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을 확대해야 합니다. 사익편취행위가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선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4일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열린 '국민연금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사익편취행위 등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자산 5조원 이상)을 상대로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해서는 주주활동을 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박선영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서 사용하는 기준을 활용해 5조원 미만 기업집단에 대해서도 주주활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초법적이다', '연금사회주의가 우려된다', '기업 발목을 잡는다'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은 기업을 위협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선영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발표를 시작할 때 "국민연금 주주활동의 최상위 목적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기금자산 증식"이라며 "주주활동이 기업과의 우호적 관계(win-win)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전제를 고려하지 않고 국민연금 주주활동의 한 면만 부각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사익편취행위는 주주가치를 명백히 훼손하는 일이다. SM엔터테인먼트(SM)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SM이 라이크기획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라이크기획은 SM 창립자인 이수만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6월 SM에 주주서한을 보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KB자산운용은 "라이크기획은 SM 가수에게 프로듀싱을 해주고, SM에서 인세를 받고 있다"면서 "최근 3년간 인세 규모는 SM 영업이익의 46%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라이크기획은 중요한 회사인데 계약내용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했다. SM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당기순이익이 줄어든다. 주주이익과 주주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KB자산운용은 SM과 라이크기획이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M은 이를 거부했다. 한 전문가는 "논란이 불거진 후 여러 기관투자자를 만났는데 이들은 SM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행위)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SM을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하기 힘들다. SM이 자산 5조원 미만의 기업집단이기 때문이다.

SM같이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재벌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기업 오너일가 이익이 아닌 주주이익과 기업가치 제고에 관심을 갖는다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기업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은 하기 힘들 것이다. (자산운용부 김용갑 기자)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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