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저출산, 백약이 무효인가
[데스크 칼럼] 저출산, 백약이 무효인가
  • 황병극 기자
  • 승인 2019.09.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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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앞으로 28년 뒤에는 가구주가 65세를 넘는 고령자가구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49.6%까지 치솟는다. 또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37.3%로 늘어나고, 그 중에서 70대 이상이 40.5%를 차지할 전망이다. 통계청이 전일 발표한 '장래가구 특별추계 2017∼2047년' 자료의 요지다. 오는 2047년 대한민국에서는 두 집에 한 집이 할아버지 할머니만 사는 이른바 '노인들의 나라'가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절대 인구 감소는 물론 일할 수 있는 인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다. 정부는 고령자의 계속고용 및 재취업 활성화, 외국인의 효율적인 활용 등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존의 출산율 제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심각한 저출산ㆍ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에도 적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숙제인 저출산 문제를 주어진 현실로 인정하고, 앞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목맬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이자 궁여지책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은퇴 연령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 또한 사실이다.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연령을 뜻하는 노동시장 은퇴 연령을 보면 한국은 남녀 모두 72세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OECD 회원국의 평균을 보면 남자는 65.1세, 여자는 63.6세 정도다. 정부도 알다시피 고령자의 고용률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기업이 보다 많은 고령자를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바꿔야 한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요지부동이다. 아니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OECD 최하위인 0.98명으로 더 떨어졌다. 백약이 무효였던 셈이다.

한국에서는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동물도 환경이 좋지 않으면 새끼를 낳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저출산은 우리나라의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결과로 봐야 한다. 취업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기가 녹록하지 않은 데다, 소득에 비해 높아진 교육비나 주거비 등 각종 비용은 출산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사립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OECD 회원국 37개국과 비회원국 9개국 등 조사대상 46개국 중에서 4번째로 많았다. 올해 2분기 서울지역 KB아파트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0.8년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지난 2008년 1분기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중산층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8년을 모두 모아야 가능하다.

저출산 해법은 미래에 대한 기대, 부모와 나중에 태어날 자녀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 몸 하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자신의 자녀가 자기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출산과 양육이 힘들어지는 구조적인 사회환경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출산 문제를 경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목적 자체로 접근해야 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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