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가구 업계 1위 한샘이 마포구 상암동으로 둥지를 옮긴 지 2년여 만에 본사 인력의 약 38%를 기존의 서초구 방배동 사옥으로 이전한다.

상암동 시대를 열었던 최양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새 사령탑을 맡은 강승수 신임 회장이 이달 1일 취임해 내린 첫 조치다.

이번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현금 창출 능력이 저하된 한샘이 상암 사옥을 활용해 임대 수익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가구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 11일 사내 공지를 통해 2020년 2월 말 6개 부서의 근무지를 방배 사옥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대상 부서는 인테리어 사업부 및 상품기획실·온라인사업부·생활환경기술연구소 SPEC 개발 2·3팀·특판사업부·CS센터 인테리어 품질혁신팀 내 인테리어 CS 파트 등이다.

상암 사옥 근무자 총 900여명 가운데 가정용 가구(INT)와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최대 350여명이 2017년 12월 상암에 터를 잡은 지 2년 만에 방배 사옥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회사 측은 "사업본부별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비용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직원 분산 배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가정용 가구와 온라인 사업의 경우, 주요 직매장(플래그샵)과 협력업체가 강남구에 다수 자리 잡고 있고 소비 트렌드의 중심지에 위치해야 하므로 업무상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방배 사옥으로의 재배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직원 이전으로 확보되는 상암 사옥 공실에서 임대 사업을 펼쳐 회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한샘의 사업 실적 악화 추세를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후자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현금 창출 능력이 저하된 한샘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상암 사옥의 임대를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한샘은 방배 사옥의 공실도 임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상암 사옥에서 벌어들일 임대 수익은 방배 사옥의 두 배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방배 사옥은 건립한 지 40년이 넘어 노후화됐지만, 상암 사옥은 최신식 건물인 데다 지역의 수요도 높기 때문이다.

현재 한샘의 실적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2017년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액 2조원을 돌파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2조원 달성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한샘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이익은 43억원, 매출액은 4천104억원으로 각각 1년 전보다 56%, 8%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도 2017년 6.81%에서 2018년 2.91%로 떨어졌다.

한편, 이번 이전 결정으로 한샘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곳곳의 사무실에 흩어진 직원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 상암 신사옥으로 이전해놓고는 부동산 위축 등으로 회사 실적이 나빠지자 애꿎은 직원들만 낡은 방배동 사옥으로 다시 내몬다는 것이다.

사업본부별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도 이동 대상자 중 경영진을 단 한명도 포함하지 않은 점도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있다.

상암과 방배 사옥 간 물리적 거리로 인해 업무의 비효율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고, 상암 신사옥 인근으로 주거지를 옮긴 직원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방배동 사옥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방배와 상암 사옥 간 셔틀버스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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