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돈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을 받는 채무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줄 수 있을까. 신용이 없다고 평가받은 사람들이 신용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SGI서울보증·기업은행과 손잡고 만든 '신용회복 성실상환자 체크카드'다.

해당 상품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받고 월 변제금을 6개월 이상 성실 상환한 채무자에 대해 소액신용한도가 부여된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상품이다.

6개월 이상 성실상환한 채무자는 월 10만원 한도의 후불교통카드를, 1년 이상 상환한 고객은 월 30만원 한도의 소액신용한도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주목한 점은 '후불교통카드'다. 후불교통카드는 일반 체크카드가 아니라 소액 여신기능이 탑재된 일종의 신용카드다. 이에 따라 채무조정을 받고 있는 채무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후불교통카드를 이용하지 못하고 충전식 교통카드를 써야 하는 실생활의 애로사항이 있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현장 상담 결과 이러한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기업은행과 연계해 후불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실제로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해당 상품의 가입자 수는 지난 6일 누적 기준으로 1천248좌로 집계됐다. 지난달 20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이후 약 3주 만에 1천좌를 돌파한 셈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평균 약 84좌가량 판매되고 있다"며 "가입 가능한 고객이 특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시 초반 고객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품에는 '금융 이력'을 쌓아 향후 신용점수 회복 등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도 녹아 있다. 통상 신용점수의 경우 금융거래 내역 등 금융 이력이 부족할 경우 낮게 추산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금융거래 실적을 꾸준히 쌓는 것이 신용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통상 채무자들의 경우 금융거래 실적이 활발하기 어렵다"며 "성실상환자 체크카드를 꾸준히 이용함으로써 금융이력을 쌓다 보면 추후 신용점수 회복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기존에도 KB국민카드와 함께 성실 상환자를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채무조정을 받고 24개월 이상 정상 상환하거나 상환을 완료한 성실 상환자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한도 50만원 이내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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