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재보궐선거 패배를 계기로 각종 경제정책을 놓고 여당과 정부의 불협화음이 심상치 않다. 여당이 부동산정책 실패 등으로 민심이 돌아섰다고 판단하면서 이른바 표가 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두기 시작하면서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자칫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적 셈법에 의한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일 부동산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재산세 감면을 비롯해 부동산정책 전반에 대한 손질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와 양도소득세 조정,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확대 등 각종 규제완화를 다룬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부동산정책 기조변화는 정부와 여당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았던 이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사실상 답습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큰소리만 치더니, 결과적으로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빚내서 집 사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여당과 정부의 엇박자는 가상자산이나 손실보상제의 소급적용 논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문제 등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가상화폐가 투기적 성격이 강한 만큼 모든 투자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기적인 과세 방안도 정리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은 '코인 민심'을 의식해 가상자산의 제도권으로 편입은 물론 직접 의결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까지 뒤집으며 과세 유예론을 펴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를 보상하고, 손실 보상을 소급해 적용해야 한다는 논란을 두고도 여당과 정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나라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민심을 쫓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표가 될 것 같은 인기영합적인 정책만으로는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긴 어렵다. 소위 퍼주기식으로 재정정책을 펴다가 파탄을 맞은 일부 유럽국가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기본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유예해주고, 각종 재난지원금을 제공한다는 데 마다할 사람도 없다. 가상자산 열풍의 틈바구니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에게 당국의 규제는 단지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표심만을 의식한 채 앞뒤 따지지도 않고 일부의 큰 목소리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여당과 정부의 갈등이나 설익은 대책 남발, 기존 정책 기조와의 충돌 등은 오히려 정책에 대한 불신과 혼란만 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선심성 정책들은 언젠가는 더욱 큰 후폭풍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초유의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되면서, 부풀 대로 부푼 자산가격의 거품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데다 최근엔 인플레이션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이럴 때일수록 인기영합적 정책을 남발하기보다 진정으로 수혜자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어떤 것인지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할 때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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