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4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을 재확인하면서 지수별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미국 국채가격은 파월 연준 의장의 완화적 기조 유지 발언에 상승했다. 전일 30년물 국채입찰 부진으로 올랐던 국채수익률은 하루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 급증에 대한 우려를 소화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다.

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산유량 기준에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에 크게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반기 통화정책 의회 증언에 앞서 내놓은 서면 발언에서 예상보다 이른 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회의에서 위원들이 자산매입 프로그램 지침에 따라 목표치에 대한 경제적 진전을 논의했으며, 테이퍼링을 위한 연준의 기준인 "상당한 추가 진전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멀었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이후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너무 많이 오르면 연준은 전면적으로 정책을 변경할 것"이라며 "테이퍼링을 시행하기 전에 많은 안내(notice)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테이퍼링을 하기 전에 시장에 충분히 신호를 주겠다는 의미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성급하게 행동하면 실수가 될 것"이라며 빠른 테이퍼링 시작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결국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고, 연준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과 주택 가격 급등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고용시장이 개선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국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다시 살아났다. 미국 민주당 상원이 전날 늦게 향후 10년간 3조5천억 달러를 지원하는 기후변화 및 가족·보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안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제시한 '미국 가족 계획'의 거의 모든 내용이 포함됐으며, 추가로 메디케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공화당의 지원 없이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입법화하고, 기존에 초당파 의원들이 합의한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은 필리버스터 없이 처리할 수 있게 상원에서 60표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오전에 발표된 미국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예상치를 웃돈 상승세를 보였다. 미 노동부는 이날 6월 PPI가 전월 대비 1.0% 올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전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0.6% 상승이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7.3%로 2010년 자료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6월 근원 CPI도, 전년 대비로는 4.5% 올라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파월 증언 이후 발표된 미 연준의 베이지북은 지난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경제 활동이 '보통(moderate)'에서 '탄탄한(robust)' 성장세를 보였으며, 경제가 추가로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교통, 여행, 관광 제조업, 비금융서비스 등의 분야는 평균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고했으며, 에너지 시장은 약간 개선됐고 농업은 혼재된 결과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7개 지역에서 강한 물가 증가세를 보고하고 나머지 지역은 보통의(moderate) 물가 상승률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물가가 평균 이상으로 올랐으며 물가 압력은 광범위하고 경제 재개로 인해 접대 분야에서 물가가 더 크게 올랐다고 보고했다.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4.44포인트(0.13%) 오른 34,933.23으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09포인트(0.12%) 상승한 4,374.30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2.70포인트(0.22%) 하락한 14,644.95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마감가는 12일 기록한 고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나스닥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35,000선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과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주시했다.

기업들의 실적은 대체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씨티그룹의 주당 순이익은 2.85달러로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1.96달러를 웃돌았으며 영업수익은 174억7천만 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172억달러를 웃돌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분기 순이익은 주당 1.03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77센트를 웃돌았으나 영업수익은 순이자 소득 감소로 216억 달러로 전문가 예상치218억 달러를 밑돌았다.

블랙록과 웰스파고의 분기 순익과 영업수익도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웃돌았다.

은행주 섹터는 실적 호조에도 0.5%가량 하락했다.

델타항공은 2분기에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순익 전환된 데다 국내 레저 수요가 완전히 회복됐고, 비즈니스 여행도 해당 분기에 늘었다고 밝혔다. 주가는 그러나 1.5%가량 하락 마감했다.

UBS는 전날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이유로 올해 S&P500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기존 4,400에서 4,500으로 상향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번 주 S&P500500 지수에 상장된 기업 23곳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전체 기업들의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로 유가 하락에 에너지주가 2.94% 떨어졌으며, 부동산과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관련주는 상승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연준의 완화적 기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시장이 저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데 매우 익숙해졌으며, 이날 파월의 발언도 이를 바꾸지 않았다"라며 "현실은 연준이 앞으로 펼쳐질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내년 3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1%로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79포인트(4.61%) 하락한 16.33을 기록했다.

◇채권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 3시 기준보다 6.84bp 하락한 1.354%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일 3시보다 3.20bp 내린 0.225%를 나타냈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 3시보다 5.70bp 하락한 1.987%를 보였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116.5bp에서 112.86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오전 국채수익률은 사전공개된 파월 의장의 하원 증언록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오후에 파월의 하원 증언이 나오면서 미국 국채수익률은 하락폭을 확대했다. 파월 의장은 오는 15일에도 상원 증언에 나선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종전의 기조와 차이가 없는 내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전망대로 일시적인 상승에 그칠지 고민하는 양상이다.

아메리벳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미국 금리 책임자는 "파월 의장이 계속 균형을 맞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레시스 게스션의 대니얼 라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고착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복제할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가 오르는 것을 보면, 헤드라인 CPI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이로 인해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주요 레토릭을 유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SEI의 제임스 솔로웨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큰 의문은 올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 세계 중앙은행 관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일시적인지 여부"라며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의 견해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09.973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605엔보다 0.632엔(0.57%) 하락했다.

유로화는 유로당 1.18350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7735달러보다 0.00615달러(0.52%) 상승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30.15엔을 기록, 전장 130.22엔보다 0.07엔(0.05%)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46% 하락한 92.376을 기록했다.

물가가 급등한 데 따른 파장은 소화가 됐다.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인 행보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6월 PPI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파월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에 파장이 제한됐다.

파월의 비둘기파적인 발언 등으로 3개월 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던 유로화도 1.8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 유로화는 전날 한때 1.17700달러 수준까지 내려서는 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 5월 산업생산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었지만,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됐다. 유로존의 5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

5월 산업생산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였던 지난해 5월 대비로는 20.5%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예상치는 전월 대비 0.1% 감소, 전년 동월 대비 22.4% 증가였다.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캐나다중앙은행(BOC)은 시장의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25%로 동결하면서도 테이퍼링을 강화했다. BOC는 이날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는 주당 30억 캐나다달러에서 20억 캐나다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앞서 원자재 통화이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뉴질랜드 달러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급등했다.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이 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키로 하면서다.

RBNZ는 이날 최대 1천억 뉴질랜드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오는 23일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경기 부양적 통화정책을 철회하는 셈이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0.25%로 동결됐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마빈 로는 "예상치를 웃돈 인플레이션이 발표된 이후에도 파월은 어조가 바뀔 수 있다거나 그가 여태까지 강조했던 다 참을성 있는 접근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등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유지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은 금리 인상을 고려하기도 전에 자산 매입을 서서히 줄여가는 여정에 아직도 머물고 있다"면서"따라서 오늘 들은 모든 것으로 토대로 그런 긴축은 아직은 2년여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템푸스의 트레이딩 부문 부대표인 존 도일은 "모든 부문이 예상치를 웃돈 것을 고려하면 CPI 지표 이후 달러화는 꽤 빠르게 강세를 보였다"면서 "내 생각에는 트레이더들이 아마도 연준이 일시적이라며 현상 뒤에 영원히 숨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 1.18달러 이하로 유로화 가치가 다시 하락한 것은 다소 과도했다"면서 "따라서 파월의 언급이 없었더라도 오늘 이 같은 회복세가 나타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원유시장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12달러(2.8%) 하락한 배럴당 73.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OPEC과 UAE가 UAE의 산유량 기준을 상향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합의안에는 내년 4월부터 생산 기준을 하루 365만 배럴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UAE는 그동안 자국의 생산 기준을 기존 하루 320만 배럴에서 380만 배럴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블룸버그 통신도 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타협안을 마련했으며 곧 새로운 회의 날짜가 잡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UAE는 그러나 아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진 것은 아니며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며 OPEC 내 다른 나라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가 UAE의 요구안에 반대해온 만큼 둘 간의 합의는 전체 협상의 합의 가능성을 높인다.

당초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을 포함하는 OPEC 플러스(+)는 이달 2일에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감산을 완화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UAE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UAE 에너지 장관이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를 부인했다며 "관련 당사국들의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발언을 전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전면적인 생산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공포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UAE가 생산을 추가로 늘리더라도 시장에 유입되는 양은 수요를 맞추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양일 것으로 내다봤다.

클리퍼데이터의 매트 스미스는 UAE가 생산 기준을 재조정하더라도 OPEC+는 공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노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미국의 원유 재고가 8주 연속 줄었다는 소식에 유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790만 배럴가량 감소한 4억3천76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400만 배럴 감소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다. 원유 재고는 수출입 물량으로 줄고, 실제 휘발유 재고는 100만 배럴, 정제유 재고는 370만 배럴 늘어나면서 유가가 추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널리스트들은 휘발유 재고는 180만 배럴 감소하고, 정제유 재고는 9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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