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어쩌면 이렇게 판박이일 수 있을까. 1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지난해 전개됐던 당정 논란을 보면 달라지거나 개선된 게 전혀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벌이는 갈등에 대한 평가다. 당정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올해도 볼썽사나운 샅바 싸움에 돌입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과 정부의 되풀이되는 논란에 정책 불신과 피로감이 커지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는 정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서 당정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으로 가구소득 하위 80%에 합의했다. 그러나 여당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당정 협의를 깨고 대상 확대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최고위원회를 열어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 지급하는 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에 질세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당의 입장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당초 합의한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여당은 홍남기 부총리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여당은 홍 부총리가 예산안을 심의ㆍ확정하는 입법부인 국회의 고유권한을 부정하며 재정독재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홍 부총리를 해임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의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민 지급방식으로 진행됐던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지금과 똑같은 논란이 이어졌다. 작년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정부는 소득 하위 50%를 지급 기준으로 제시했다가 여당과 논의과정에서 하위 70%를 최종안으로 정하고 추경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이 전국민 지급안으로 급선회하면서 정부는 추경안 규모를 확대해 모든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올해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도 여당의 입장으로 관철될 게 뻔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소득 하위 80%를 고집하고 있지만,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한 여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재난지원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계층에만 지원하는 게 옳다. 그러나 지금은 재난지원금의 본래 취지나 재정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의는 사라졌다. 누구는 받는데 누구는 왜 못 받느냐는 논란과 표를 의식한 정치 셈법만 남았다.

물론 다수의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정한다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은 적더라도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도 있고, 자산은 적지만 지금 당장 소득이 높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당정이 상당수가 인정할 만한 기준이나 원칙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더욱이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추경이 편성되고 각종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때마다 논란들이 되풀이됐음에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 마냥 재정을 아끼려 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다만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이 재정을 늘리려면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더 발행해 빚을 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더욱 큰 부작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의 효율성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치권은 섬세해야 할 경제정책을 마치 선거를 앞두고 선심을 쓰듯이 내놓는 선거공약처럼 접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정정책과 관련된 국채 발행물량이나 바이백 이슈는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심성 정책 남발이나 정책 과정에서 혼선은 결과적으로 국정의 당사자인 여당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만 훼손하고 투입된 재정 대비 정책효과를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들은 그간 부동산정책의 낙맥이 초래한 비용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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