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장기물에 대한 베팅 심리는 매우 강한 반면에 단기물 투자는 아직 꺼려지는 탓이다. 지난달 100bp를 넘나들었던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최근 50bp 밑으로 내려왔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스프레드 축소 속도는 더 빨라졌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7월 금통위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재확산했다. 기준금리 정상화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일말의 기대에도 통화정책방향문이나 총재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은의 금리인상 의지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게 확인됐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인상의 최우선 당위성으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지목했다. 이 총재의 발언 강도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고채 3년 등 중단기물에 대한 투자 심리는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 의지만으로도 한풀 꺾였다.

이 총재는 코로나 확산에도 경기 회복세에 대해선 상당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는 "경제 주체의 감염병 학습 효과도 높아져 또 다른 형태의 소비활동을 이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수출과 투자가 앞으로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기조적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GDP 갭도 내년 상반기쯤 마이너스(-) 갭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요 측면의 인플레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이런 한은의 경기와 물가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 분위기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발 코로나 확산세가 길어질 조짐에서 어떤 식으로든 경제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은 금통위의 금리 인상이 경기와 인플레 회복에 일정 부분 타격을 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장기물 베팅을 강화하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인플레 우려 완화에 따른 미 국채 금리의 하락 추세가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다.

지난 금통위 이후 강화된 커브 플래트닝 흐름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코로나 재확산에 당장 8월 금리 인상은 어려울 테니 채권 단기물 매수에 부담이 없을 거란 의견도 있지만, 한은 안팎의 분위기를 보면 8월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과도한 가계 빚과 집값 잡기에 방점을 둔 한은의 의지가 재차 확인된 데다, 정부와 정치권의 공감대도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형성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은 입장에선 초저금리의 폐단을 일부나마 해소할 호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여론이 나쁘지 않을 때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시도가 활발해질 수 있다. 각종 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금리인상 명분을 쌓는 절차에도 들어간 상태다.

매파 우위의 금통위원 구성도 언제든 금리인상이 가능한 환경으로 꼽힌다. 7월 금통위 때 고승범 위원 혼자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지만, 조윤제와 임지원 위원도 매파 성향으로 거론된다. 서영경 위원은 재계를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으로 금통위원이 됐지만, '뼛속부터 매파'인 한은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에서 잠재적인 매파라 볼 수 있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승헌 한은 부총재 역시 두말할 필요 없는 매파 위원이다.

금통위 전반적으로 금융안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와 한은 집행부가 인상 드라이브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조기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강성 비둘기' 주상영 위원을 제외하고는 강하게 반기를 들만한 위원이 많지 않아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오늘 금통위에서도 대부분 위원이 사실상 금융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두어야 할 때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코로나19가 금리인상 시작 시점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언급도 했듯이, 코로나 확산 속도가 다음 달 초중순까지 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8월 인상론이 또 들끓을 수 있다. 다음 달 금통위 날짜는 8월 26일이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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