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온라인 금융플랫폼 사례검토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두고 기존 금융권 간의 갈등을 1년여간 지켜봐 온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중개'로 해석한 금융위원회에 대해 놀라워했다.

최근 금융위는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정보제공과 비교·추천 서비스 등을 금소법상 '중개' 행위로 분류했다. 중개는 금소법 적용대상에 해당하는 영업행위다. 이를 현행 방식으로 지속하려면 법령에 따라 금융위에 등록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가 당초 금소법 안착을 위해 정한 계도기간은 오는 9월 24일까지다. 약 2주를 남겨놓고 각종 금융상품의 비교·추천 등을 핵심서비스로 영위하던 소위 빅테크·핀테크업계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혁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오던 금융위가 이들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당부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이번 해석과 관련해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와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적용받기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와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업권 안팎에서 금융위 수장이 교체된 이후 기존 기류가 사뭇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그간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대환대출 플랫폼 등을 추진하면서 빅테크·핀테크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디지털금융협의회 출범시만 하더라도 당시 손병두 부위원장이 "국내 금융회사 보호만을 위해 디지털 금융혁신의 발목을 잡는 퇴행적인 규제 강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취임 이후 '존재감 드러내기'가 본격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당 이슈는 올해 3월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상반기 내내 금융당국과 업권 간 '샅바싸움'이 지속되던 이슈다. 빅테크·핀테크가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새로운 이슈'가 아닌 셈이다. 그러나 상반기 내내 다뤘어도 빅테크·핀테크측의 적극적인 수용 등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던 이슈에 대해 금융위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서 탄력이 붙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디지털금융협의회 등을 통해 해당 부분을 조치해달라는 이야기가 꾸준했는데, 이를 금융위가 수용해 유권해석 등까지 내주면서 상황이 다소 반전됐다"며 "고승범 위원장이 이와 관련해 갖고 있는 생각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지난 2019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이른바 '타다 설전'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 최 전 위원장은 택시업계들과 갈등을 빚은 '타다'에 대해 "혁신사업자들도 혁신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같이 해줘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혁신을 통해 진전이 있는 만큼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당부가 현재와 닮은 셈이다.

또 다른 업권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과 같은 빅테크의 경우 메신저와 포털 등 디지털로 들어가는 일종의 게이트키퍼로서 공공성을 띠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디지털 인프라를 과점하고 있는 빅테크가 금융업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금융권이 민(民)의 성격뿐 아니라 공(公)으로 인식되는 건 금융업이 가지는 공공재적인 성격과 이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 때문이다. 이제 금융권에 둥지를 튼 빅테크·핀테크들도 규제에 대해 불만만 할 게 아니라 사실상 금융업으로 누리는 이익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도 안고 가야 하는 이유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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